매일신문

통금있던 시절 해방·자유의 날…추억 속의 성탄절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캐롤송이 거리 곳곳에서 들리면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웬일인지 동성로에서조차 캐롤송을 듣기가 쉽지않다. 지역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아니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세태가 바뀐 것인지…. 한일극장 옆에 자리잡은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는 사랑의 손길도 썰렁하다.

캐롤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 놀이공원과 백화점, 호텔 등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혹은 성당과 교회에서의 성탄예배와 미사, 하긴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종교적인 날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된지 오래다.

30여년전의 '성탄절'로 돌아가보자.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크리스마스는 해방과 자유의 날로 기억된다. 무슨 이유였는지 독재정권은 1년중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31일 이틀간 '통금'을 해제했다. 그래서 이날 동성로를 비롯한 시내중심가는 해방감을 만끽하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고삐풀린 '청춘'은 뜨거웠다.

79학번인 황태순(47)씨는 당시 만난 첫사랑의 추억을 우선 떠올렸다. 크리스마스미팅에 나선 그는 통행금지가 없는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파트너와의 첫 데이트를 분위기좋은 레스토랑에서 밤새 술을 마시는데까지 이어갔고 결국 첫사랑으로 발전시켰다. 황씨는 이번 크리스마스때는 분위기좋은 와인바를 찾아 그때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되살려 볼 작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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