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계좌로 송금됐어도 입금의 효력은 유효하며 송금의뢰인이 은행측에 오입금(誤入金)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B사는 올 7월초 거래업체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사 거래은행을 통해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예전 거래회사 S사의 계좌로 1천755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의뢰했고 은행측은 S사 계좌에 해당액을 송금했다.
그러나 S사는 지난해 부도가 나 11월 폐업해 B사와는 아무런 채권·채무 관계가 없는 회사였다.
은행측은 지난해 11월 대출금 연체를 이유로 S사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취했고 폐업 이후 S사 계좌에는 예금이 한푼도 없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은 고용·산재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각각 S사의 예금채권을 압류한 상태였다.
B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로 엉뚱한 계좌에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착오로 송금됐다"면서 송금액 반환을 요청했지만 은행측은 거절했다.
설상가상으로 은행측은 회수불능 상태였던 S사에 대한 대출금 회수를 위해, 채권압류자인 두 공단은 압류채권의 집행을 위해 오입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B사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김우찬 판사는 B사가 "잘못 송금한 돈을 반환하라"며 K은행과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오입금반환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예금채권의 성립 여부가 송금을 하게 된 원인관계의 존부에 따라 좌우된다면 은행은 송금의뢰인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의 송금 원인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일일이 조사할 의무를 부담하게 돼 다수인 사이의 자금거래가 신속히 이뤄지는 송금거래의 '동적(動的) 안전'을 해칠 뿐만 아니라 예금채권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고 거래실정에도 맞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원인관계가 부존재하거나 하자가 있어도 금전 수수의 특수성에 비춰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가 있다'고 보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해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채무관계가 없어도 예금채권 성립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좌이체는 은행이 송금사실을 확인해 지정계좌에 입금하면 성립되고, 민법상 당사자 일방이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해 법률행위를 무효로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는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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