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김승영·이기칠·박은선·박종규. '공간(space)'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작가 5명이 경북 영천에서 대형 프로젝트 전시회를 연다. 시안미술관(054-338-9391)이 2년 여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선보이는 '공간 프로젝트(Space Project)-2006'전이 이달부터 내년 4월 29일까지 계속된다.
5인의 작가가 각자의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탁월한 감성을 통해 독특한 빛을 발하는 공간을 연출하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획이다. 시안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우선 입구에 있는 글래스 뷰 전시실에서 김승영 씨가 바닥에 늘어놓은 '물 징검다리'로 공간 여정을 시작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담은 징검다리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자 생명력의 표출이며 더불어 인간 상호 간에 내면적 연계를 이어나가는 연결 고리'를 뜻한다.
1전시실의 주인공은 이기칠. 자신의 미래 '작업실'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미완성 프로젝트이다. 전시실 벽면을 채운 작업실 설계도는 2차원 공간인 벽면을 3차원 공간으로서 변화시킨다. 이 공간은 바로 그의 상상 속에서 살아있는 공간이다.
박은선은 1전시실 벽면을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익숙한 또는 생소한' 가상공간으로 꾸민다. 일상의 공간 속에 다른 공간으로 재건축한 작품이다. 재건축된 공간은 실재와 분리될 수 없는 가상의 공간으로 실재와 가상이 혼합된 이중 공간이 되는 셈이다.
1전시실 별관은 박종규가 '2차원과 3차원의 Layer'로 건축물 사진작업과 영상설치물을 통해 구조 속에 혼재하는 다양한 공간의 느낌을 전달한다. 평면과 입체의 공존은 결국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반되지만 순환관계를 맺는 수많은 개념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전시실 공간 창출은 다시 김승영이 맡았다. 지름 5m의 낙엽이 가득 깔린 방안에 놓인 지름 1m의 수조, 그 한가운데로 천장에서는 15초 간격으로 물이 떨어진다. 물이 떨어지는 순간의 파열음과 강력한 점 조명에 비치는 물의 파문(반영)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져 따뜻한 공간을 연출해낸다.
마지막으로 안규철은 3전시실에 '타인들의 방'을 만들었다. 가로 세로 각각 180cm의 문 16개로 만들어진 이 공간은 폐가에서 구한 80개의 미닫이문으로 구성했다. 사람들은 이 방에서 길을 찾아 헤맨다. 현대인의 유목적 사고 혹은 일종의 정신분열증 증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매주 수요일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오후 9시까지 야간 전시회를 연다.
전시를 기획한 박소영 씨는 "가장 열정적·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다섯 작가들의 공간 탐색을 볼 기회"라며 "지역 시민들, 특히 고아나 노인·장병 등 문화 소외 계층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시회 취지를 소개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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