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 기자의 인물산책] 사공 호상 국토정보연구센터 연구위원

외지에서 활동하는 60여 명의 각계 전문가가 올 4월부터 포커스 그룹(Focus Group)을 만들어 대구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유시티(U-city) 포커스 그룹의 일원인 사공 호상(46) 국토연구원 국토정보연구센터 연구위원을 찾았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이 고향으로 재무부장관을 지낸 사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5촌 조카인 그에게 지난 7개월여간 대구를 오가면서 느낀 점과 포커스 그룹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서다.

국토연구원이 있는 평촌 신도시에 들어선 취재진은 먼저 눈부터 휘둥그레졌다. 역동적인 별천지였다. 이정표에 지방 이전 공기업에 포함된 한국석유공사가 먼저 나타나고, 과학기술부 별관, 건교부 별관, 법무부 별관 등 정부 기관이 잇따랐다.

아니, 과천에 있어야 할 정부청사가 왜 평촌에 있지? 오래지 않아 과천정부종합청사가 비좁아 평촌에 별관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교부가 과천에 있어서 국토연구원도 과천과 가까운 평촌에 있다는 사실도 금방 알게 됐다. 이들 정부기관과 관련 단체들이 장래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공주·연기로 옮겨갈 것이란 생각에 이르자 충청도가 부러워졌다.

영남대 토목과 졸업 뒤 국토연구원에 입사, 20년째 '연구원'이란 외길을 걸어온 사공 박사는 패기가 넘쳤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 석사,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한 그는 인공위성과 컴퓨터를 이용해 우리나라 국토와 도시 공간, 지역 공간, 토지이용 형태 및 실태 등을 분석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이 분석기법은 도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주민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이른바 U-city(유비쿼터스 시티)라는 새로운 개념의 창출을 가능케 한 첨단 기법이다.

이전에는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하고, 공시지가 산정을 위한 토지가격비준표를 만들고, 제3차 국가지리정보체계 기본계획과 국토이용 정보체계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사공 박사는 대구 U-city 프로젝트에 대해 "이제 논의단계를 벗어나 컨셉을 잡은 초보단계"라며 "앞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을 각 부문별 공간 계획에 투영해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포커스 그룹이 잡은 대구 U-city 컨셉은 한마디로 섬유산업 등 고전적 2차산업이 중심이고 첨단 2차 산업이 없는 대구를 유비쿼터스 정보환경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U-city는 신도시를 만들 듯이 새롭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기존 도시, 산업, 문화, 생활양식 등 전통방식을 정보통신 방식으로 바꾸면 도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삽질만 열심히 해도 됐지만 일하는 방식, 먹고사는 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뀐 만큼 그에 맞춰 바꿔줘야 합니다."

대구의 현상에 대한 비판도 매서웠다. "신문을 보면 화가 나요. 대통령을 몇 명이나 배출한 도시가 15년 가까이 지역 총생산 꼴찌라니 말이 됩니까? 20년 떠나 살지만 대구는 부모 형제가 살고 친구가 있는 고향이거든요. 섬유도시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으나 바깥에서 보면 알록달록한 월남치마에 머리에 갓을 쓰고 뒷짐을 진 것이 대구의 이미지입니다. 답답해요. 대구 사람, 특히 리더들이 생각의 한계를 빨리 뛰어넘어야 합니다."

사공 박사는 그러나 대구의 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다만 대구가 경북을 바라봐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구는 혼자가 아닙니다. 경북에서 생산활동한 잉여로 대구가 소비도시가 된 것이죠. 구미의 전자, 칠곡·경산의 모바일과 게임, 영천의 자동차, 경주·포항의 기계 신소재 나노 등 산업도시가 포진해 있어요. 대구는 구미·영천·포항·경주를 위해 제 역할을 찾아야 그게 대구입니다. 허브 도시로서 경북 산업도시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도시로 거듭나는 데에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사공 박사는 ▷노후공단의 디지털화 ▷동대구역세권의 비즈니스 및 의료센터 ▷경산의 교육 인재 육성 등 화두들도 던졌다. 그러더니 또 대구가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날카로워졌다. "저도 대구시공무원교육원 등지에 가끔 강연을 갑니다만 대구에서 강연을 오라고 하면 학자들은 모두 갑니다. KTX로 99분이면 도착해 편리하거든요. 하지만 갔다 오면 모두 후회합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예산이 없어서겠지만 대접이 너무 형편없어요. 제가 최근 2시간 강의했는데 11만 원을 줘요. 서울에서 3시간 강의하고 60만 원 받았거든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 소개하고 싶어도 소개할 수가 없습니다."

대구시공무원교육원 시설에 대한 얘기도 했다. "중구청 건물 그 꼭대기에 교육원이 있는 곳은 대구 밖에 없습니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듭디다. 전남 장성군은 좋은 시설과 좋은 대우로 서울의 일류 강사를 불러 공무원을 교육해 비약적 발전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대구가 고향이기에 부르면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거기다 "외지 전문가와 대구시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찾는 포커스 그룹의 가동은 대구가 전국 최초"라며 적잖은 희망을 걸었다.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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