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로 시작되는 윌리엄 예이츠의 시 '술의 노래'는 술의 멋과 맛을 철학적으로 그렸다. 李太白(이태백)의 '꽃 사이에 홀로 앉아 한잔 술을 마시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어라. 달도 그림자도 술이야 마실 수 없지만, 그들과 더불어 이 봄밤을 마냥 즐기리'라는 시 구절엔 風流(풍류)가 넘쳐난다. 동서를 막론하고 옛사람들은 이같이 멋과 맛, 풍류로 술을 마셨던 것 같다.
○…하지만 '술은 자제돼야 한다'는 교훈도 적잖다. 스파르타인들은 宴會(연회)가 열릴 때마다 술을 잔뜩 마시게 한 노예들을 끌고 들어와 구경을 시켰다. '첫 잔은 갈증을 씻어주고, 둘째 잔은 유쾌하게 만들어주며, 셋째 잔은 발광을 시작하게 한다'는 사실을, 특히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흉년'전염병을 다 합쳐도 술의 害惡(해악)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연말이면 '술로 인해 몸이 상할지언정 벗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말라'는 등의 유혹에 술을 멀리하기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忘年會(망년회)'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忘(망)'은 '마음을 잃는다'는 글자로 '기억을 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 해의 어려웠던 기억을 지우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과음이 문제다.
○…올해는 '술 망년회'를 지양하고 한 해를 보람 있게 마무리하려는 送年(송년)모임이 많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기업체를 비롯해 각종 모임들이 홀몸노인'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에 쌀'김치'연탄 등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송년회가 잇따른다는 기사들이 더러 보인다. 장기 불황에다 飮酒(음주)문화에 대한 자제와 절제의 확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나눔과 베풂의 미덕이 살아나는 것 같아 흐뭇하다.
○…술은 지나치지만 않으면 멋과 풍류를 즐기게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잊게 하는 데 藥(약)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술 권하지 않는' 송년모임이 단순히 '잊는 자리'이기보다 '재창조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되면 그야말로 錦上添花(금상첨화)이리라. 오늘은 성탄절이며, 이젠 한 해의 끝도 코앞이다. 아직 남은 모임들은 모두 불신과 단절의 벽을 허물고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자리이기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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