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충돌이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비화, 연일 격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3일 휴일임에도 청와대 참모회의를 소집, 고 전 총리의 총리기용을 실패한 인사라고 했던 21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고 전 총리가 반박 성명을 낸 것과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같은 날 "일반 국민들이 무슨 뜻으로 들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재반박했으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4일 "신중하기로 소문난 고 전 총리가 참여정부 첫 총리였던 그와 대통령 사이에 빚어진 일을 확인도 않고 비방부터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 전 총리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한 측근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든 맞대응에 나설 수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나흘간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해 온 양측간 갈등은 정계개편 정국이 연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점을 고려할 경우 전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관계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나 고 전 총리 모두 정치판의 새판짜기가 시급한 처지인데, 상대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경우, 열린우리당에서 확산되고 있는 통합신당론에 대해 지역주의 회귀임은 물론, 영남권을 배제하는 통합 신당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들 세력과 손을 잡고 있는 고 전 총리를 공격함으로써 통합신당 논의에 제동을 걸면서 친노 그룹 등 당 사수파를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고 전 총리는 민주당 및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파들과 합세, 대선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처지인 만큼 노 대통령과의 대결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
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는 점 등으로 맞대결을 자제해 왔던 그에게 노 대통령 발언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이 된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에서 한화갑 대표가 의원직 상실로 뒷전으로 밀려남으로써 고 전 총리가 구상하는 중도 통합신당론에 탄력이 붙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양측 싸움의 향배는 일차적으로 27일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의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간 힘겨루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통합신당파 중에는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 다른 대선 주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득세하더라도 고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갈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일단 신당 창당 쪽으로 돌린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당 사수파, 이에 맞선 고 전 총리와 통합신당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는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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