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손 떼고 국정 제대로 마무리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날째 고건 전 총리와 舌戰(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 "고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한 발언이 발단이고, 고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의 자가당착이고 자기부정"이라고 반박하자 연발탄을 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쁘게 말한 적 없다"며 발언에 오해가 있다는 수준이더니 마침내는 "고건 씨는 회의만 하며 시간을 보낸 '위원회 총리'였다"는 인신공격으로 발전했다. 실패한 인사라는 말이나 매한가지인 비난이고 공박이다.

청와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가를 짐작게 한다. 여권의 통합 신당 추진에서 주요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고 전 총리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일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고 전 총리를 포함하는 통합신당 반대를 示唆(시사)했었다. 따라서 청와대가 부인하든 않든 '고건 때리기'는 정계재편의 主導權(주도권) 싸움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곧 노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간접 선언과 같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통령의 임기 말 걸음걸이다.

지금 삶의 현장마다 이 정권에 대해 할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있다. 시장 직장 거리 어디를 가도 절망과 분노, 피로에 찌든 표정일 뿐 희망과 의욕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2006년 세밑 풍경이다. 그럼에도 정치는 힘든 민생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 오직 '대권 놀음'뿐이다. 대통령마저 위로는커녕 '미국의 엉덩이 뒤에 숨어… 미국이 나간다면 사시나무 떨듯'하는 '못난 국민'이라 타박하고, 전직 총리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 '그게 그 말 아니냐'는 한심한 말싸움에나 신경 쓰고 있다.

대통령은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태산 같다. 남은 에너지를 정치적 영향력 같은 私的(사적) 관계에 돌릴 겨를이 없다. 딴 맘 버리고 국정에 專念(전념)하는 게 본인에게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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