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음악에 부쳐

결혼하고 얼마 안돼 나만의 음악실을 갖게 됐다. 학교때 부터 차곡차곡 사모았던 음반들과 어렵게 마련한 오디오를 세팅하고 나만의 시간에 하루 종일 즐거웠다.

4평짜리 작은방이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갖춘 하이파이시스템에서 나오는 음악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오디오에 취미를 갖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오디오와 음악공부에 바쳤다. 때로는 밤을 하얗게 밝히면서까지 음악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해외오디오 사이트를 다니며 서핑을 하곤 했다. 얻은 것은 음악과 오디오의 세계를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얻은 것이고 잃은 것은 재물이었다.

용돈만 생기면 음반을 사모았다. 이런 편력은 해외 어딜 가든 음반가게부터 찾는 버릇이 생겼다. 게다가 오디오를 갖기위해 많은 무리를 감행해야 했다. 필자가 아는 시인 김갑수는 옛날에 오백만원 전셋집에 그 몇배에 해당하는 삼천만원짜리 오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필자가 딱 그 짝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좋은 오디오와 음반으로 듣는 음악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었으니 그것만으로 족했다.

예전부터 우리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사람사는 집엔 손님이 드나들어야 한다'는 집안의 풍속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일주일에도 서너번 초인종을 누른다.

필자의 친구들은 다들 나이에 비해 동안(童顔)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치고 빨리 늙는 사람들이 드문 이유가 늘 시간을 쪼개어 음악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는 세례(洗禮)를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새벽일찍 듣는 바하의 칸타타나 거문고 산조는 내가 이세상에 머물고 있다는 걸 잊게 해줄 만큼 행복한 심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지난 98년에 타계한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는 그의 고별연주회에서 그의 음악가로서의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노래로 슈베르트의 'An die musik 음악에 부쳐'를 꼽았다.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의 거친 군상속에 머물러

어두운 시간 보내기 쉬울 때 너는 내 마음의 따뜻한 사랑을 불태우고

보다 나은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었네... '

그렇다. 필자도 가장 좋아하는 단 하나의 곡이 있다면 바로 이곡 '안 디 무지크'이며 좋아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음악은 늘 나를 보다 나은 세계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남우선 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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