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영재들은 유아기 때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양육 상태, 언어 습득력이나 기억력, 수 개념 등이 빠르다. 내 아이의 경우도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언어 습득력이 빨라서 일찍부터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의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해 주었고, 모르는 부분들은 책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해 주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확산적 사고를 많이 하도록 하였고, 고학년 때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주었다. 스스로 학습계획표를 짜서 시간 관리를 하고 문제집도 혼자서 고르게 하여 스스로 이해하고 고민하면서 터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 주었다.
학원은 주로 영어와 논술을 다녔다. 수학은 선행학습보다는 난이도 있는 문제집으로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도록 하여 과제 집착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주었다. 물론 못 푸는 문제도 많았지만 끈기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나중에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중학교 때부터는 진학 희망학교를 선정해서 그에 맞는 학습 준비를 했는데, 주로 수학과 영어경시대회 준비를 하면서 토플, 논술 등을 공부하였다. 중학교 1학년 때 부산대 영재센터 생물 분야를 다녔는데 이때 한 실험이나 방학 중에 열린 캠프 생활을 무척 재미있어 했다.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중2 때는 부산시 교육청 영제센터에서 공부했는데 이때 한 공부가 수학적 사고능력을 많이 향상시켜 주었고 시야가 넓어지는 등 공부하는 자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어는 토플 공부를 꾸준히 하였는데 과학영재학교 입학 당시 CBT 250점 정도였다. 토플 공부는 영재학교에서 원서 교재로 공부한 게 유학을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영재학교 시험을 준비할 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주로 창의력 경시대회의 기출문제들을 보고 답안을 분석했다. 수학은 '수학의 정상이 보인다', '골드바흐의 추측'과 같은 종류의 책을 보면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 등을 익혔다. 과학 관련 공부는 '과학동아', '뉴턴'과 같은 잡지나 '수학 없는 물리', '누드 교과서' 등으로 준비했다.
영재학교 3차 시험에서 아이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 자기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재구성했는데,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문제 접근과 재해석을 해서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진 '자기만의 소설'을 썼던 것이 합격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이것을 보면 학원 공부나 과외가 반드시 합격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영재학교 입학 후 아이는 과학 부분 선행이 전혀 안 돼 있어 처음에 많이 고전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극복했다. 미래에 대해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힘들 때마다 동기 부여를 하면서 3년 동안 자신만의 계획표대로 자기 관리를 했다. 가끔씩 아이가 힘들어 할 때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어릴 때부터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무엇을 하든 스스로 잘 해내리라 믿어 주고 말이 통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비결이라면 너무 평범한 것일까.
많은 엄마들이 "현근이는 공부를 어떻게 시켰어요?" 하고 묻는다. 그 질문에 딱히 뭐라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정말 자녀들에게 필요한 부분, 보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자녀 수준에 맞게, 그렇지만 결코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높고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 글을 쓴 신인숙 씨의 아들 김현근 군은 부산 초읍중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김 군은 자서전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