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권하는 교육)서울대 김진양 양의 수험기

"실제 논술시험 쳐보니 학교 공부로도 충분하던 걸요."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소비자 아동학과에 합격한 김진양(18·송현여고 3년) 양. 논술시험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물음에 김 양은 "많이 읽고, 많이 써 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합격생의 여유인가. 그래도 분량(2천500자) 많기로 정평이 난 서울대 논술인데…. 나름의 비결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런데 찬찬히 이야기를 나눠보니 김 양의 공부방법이 정석이라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논술 준비는 수능 끝내고 했습니다. 학원요? 이틀밖에 안 다녔어요." 김 양은 지난 달 30일 서울대 논술시험을 치렀다. 제시문은 긴 것과 짧은 것 2개. 5~6개의 제시문이 주어지던 기존 서울대 논술시험과는 형식부터 확연히 달랐다. 모함을 받고서도 부모에게 누가 될까 자결을 택한 호동왕자가 효를 행한 것인가, 아니면 결백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더 큰 불효를 저지른 것인가에 대해 평가하라는 문제였다.

김 양은 처음 문제를 받아들고 조금 당황했다고 했다.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문제로 등장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 제시문의 의도도 너무 뻔해 보였다.

결국 둘 중 하나의 관점을 택해 자신의 생각을 풀어갔다. 문장은 간단 명료하게,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가 맞도록 하는데 최대한 주의를 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원 수업에서 수 차례 지적받은 사항에 충실한 것.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할 뿐이지 논술시험의 논제는 결국 교과서에서 출제되게 돼 있어요. 논술은 학원에서 얼마나 오래 이론 수업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읽고 써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김 양은 학교 공부로도 논술 대비가 충분하다고 했다. 그래서 시험 전에도 불안하지 않았다는 것. "평소 선생님께 제가 쓴 글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나눈 것이 무난하게 논리를 전개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소수 인원을 가르친다는 것 빼고 학원이 학교보다 질적으로 낫다고 볼 수 없어요."

김 양에게 논술로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한 도움말을 물었다. "난해한 단어는 최대한 쓰지 말고 문장은 문법에 맞추면서도 최대한 간단 명료하게 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시문 분석이 관건인데, 다양한 글을 접하고 글을 배치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런데…' 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흐트리지 말고 일관성있게 쓴다면 최소한 논술 때문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장기적인 대책은 단연 독서와 다양한 경험. 김 양의 집에는 어릴 때부터 읽은 1천여 권의 책이 쌓여있다. 해양소년단과 국가청소년특별회의 등 청소년 기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고2때 청소년특별회의 대구 대표로 활동하면서 탈북청소년, 근로청소년, 대안학교 학생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논술은 결국 공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과 독서를 통해 많이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관점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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