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곳에 불신팽배…한국에 암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결과'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불신이 얼마나 팽배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KDI는 우리나라의 사회신뢰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다 앞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사람에 대한 불신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KDI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람을 대할 때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0점(불신),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10점(신뢰)으로 답변하라고 했더니, 평균 4.8점이 나왔다. 중간지점이 5점이므로 불신 쪽으로 약간 기운 것.

우리나라의 사회신뢰 수준은 외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 지난 2001년에 실시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6.6점, 일본 4.3점, 미국 3.6점이었으며 한국은 2.7점에 불과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공식적인 조직인 직장·학교의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6.5점, 비공식 조직인 동호회·단체 신뢰도는 6.0점으로 나왔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4.0점에 머물렀다.

이는 자신과 연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뢰하지만 그 외의 사람은 불신한다는 것을 뜻하며 저신뢰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 공적기관 불신 심각

국회·정부·지자체·법원·검찰·경찰·군·대기업·노동조합·언론·시민단체 등 다양한 기관을 대상으로 신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상대로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다.

중간값인 5를 넘어 신뢰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 기관은 교육기관(5.4점), 시민단체(5.4점) 외에는 없었다.

지자체(3.9점), 정부(3.3점), 정당(3.3점), 국회(3.0점) 등은 '처음 본 낯선 타인'(4.0점)보다도 낮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검찰(4.2점), 법원(4.3점), 경찰(4.5점), 군대(4.9점)도 평균값인 5점에 미달했다.

또 대기업(4.7점)에 대한 신뢰도가 노동조합(4.6점)에 비해 약간 높았으며 언론(4.9점)은 교육기관과 시민단체 다음으로 신뢰를 받았다.

또 2001년 세계가치관조사 결과를 보면, 의회·정당 모두가 신뢰를 받는 비율은 한국이 11%에 머물렀다. 이는 스웨덴 50%, 미국 40%, 일본 20%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경찰과 군대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한국이 미국이나 스웨덴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은 호혜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면, 훗날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규범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은 68.6%에 이르렀다.

이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위한 기반이 시민사회에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신호에 해당된다고 KDI는 설명했다.

◇ 공직자에 대한 불신 많아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공직자들 중 부패한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29%만이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52%가 '다수 또는 거의 모두가 부패했다'고 답변했다. 종합적으로는 응답자의 70%가 '공직자 2명 가운데 1명은 부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들은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1%가 ' 별로 혹은 전혀 지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반면, 공직자들이 법을 거의 지킨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0%에도 못 미쳤다.

'정부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5%만이 '매우, 혹은 대체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했다.

◇ 소득 250만∼350만 원 계층이 신뢰한다

소득계층을 ▷150만 원 미만 ▷150만∼250만 원 ▷250만∼350만 원 ▷350만 원 이상 4개 분류로 나눠 조사했더니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소득계층은 월 250만∼35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0만 원 미만 계층의 경우 국회·정부·지자체·군·경찰 등에 대해 가장 높은 신뢰의 수준을 보였으나 노동조합·시민단체·언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신뢰를 나타냈다.

반면, 월소득 350만 원 이상의 집단은 정부·국회·노동조합·시민단체·교육기관 등에 대해서는 낮은 신뢰수준을 보였으나 법원·대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수준을 보였다.

또 학력별로는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이 공공기관에 대해 가장 높은 신뢰를 보였다.

◇ 충청지역, 정부·국회·정당 안 믿는다

전국을 ▷서울·경기·강원 ▷영남 ▷호남 ▷충청 등 4개 지역으로 나눴을 때 사람을 신뢰하는 정도는 호남지역이 가장 높고 서울·경기·강원과 영남지역이 가장 낮았다. 충청지역은 중간 정도의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지역은 상대적으로 농촌거주 인구비율이 높아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KDI는 설명했다.

또 충청지역 거주자들은 정부·국회·정당에 대해 가장 낮은 신뢰수준을 나타냈다.

영남과 충청지역 거주자들은 경찰·검찰·법원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30대이고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경찰·검찰 등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기관들에 대해 20대는 30대나 4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보였다.

직군별로는 전문직의 경우 가까운 주변사람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신뢰수준을 보였으나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낮았다. 특히 전문직은 정부·의회·정당·민간단체에 대해 가장 낮은 신뢰수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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