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계가 축하하는 성탄절이 경주 양북면민들에게는 분노의 날이 돼버렸다.
양북면 곳곳은 불에 탄 차량과 타이어, 깨진 유리창, 돌멩이, 각목이 나딩굴며 들끓었던 25일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격렬한 시위로 크리스마스를 보낸 주민들은 한결같이 정부와 백상승 경주시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격앙돼 있었다. "백 시장의 이중적인 행태가 오늘의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며 "백 시장이 주민들을 기만하는 태도를 하루빨리 그만두고 현명한 결단을 내릴 때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면사무소 인근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했던 대로 한수원이 양북에 이전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백 시장이 이를 어겼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시위 현장에 나왔다는 주부 김모(39) 씨도 "집안 살림만 하는 주부가 왜 시위에 나왔겠느냐?"면서 "백 시장이 시내 주민들을 위해 동경주 주민들을 가지고 논 것밖에 안된다. 더 이상 동경주 주민들을 농락하지 말고 떳떳하게 주민들 앞에 나서서 용서를 빌고 약속대로 한수원의 양북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시위를 위해 26일 새벽 서울로 간다는 한 40대 아주머니는 "한수원 본사가 양북으로 온다고 해서 부자될 것도 아니니까 아예 방폐장 유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도 격렬한 문구들이 가득차 있었다.
'동경주 주민들 농락하는 백 시장 잡아 xx자', '방폐장이 양북주민 다 죽인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 '방폐장도 한수원도 백상승 시장 선산에 건설하라'….
방폐장 유치확정에 따른 지역대책위원회 신수철 사무국장은 "우리가 방폐장 유치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한수원 본사가 양북으로 오기 때문이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지금, 주민들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정부와 한수원, 경주시 모두 믿을 수 없고 원칙과 정의가 사라진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복면으로 눈과 코만 내놓은 한 청년은 "생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경주시를 상대로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각목을 높이 들었다. 주민들의 분노가 양북면을 에워싼 하루였다.
경주·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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