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만 서면 연예인처럼 얼굴 표정이 유연하게 바뀌는 ㅂ씨. 사진발 잘 받기로 자타 인정하는 그녀는 누가 "사진 참 잘 나왔네요"라고 하면 꼭 애교스럽게 정정을 한다. "아니지, 사진도 참 잘 나왔네요, 라고 해야 옳지"라며 '도'를 한 옥타브쯤 높여 강조한다.
어릴 땐 누구나 사진 찍히기를 즐거워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한동안은 열심히 필름에 자신을 담아둔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슬슬 사진을 피하게 된다. 낙엽 태우듯 자기 사진을 태우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사진이 남아있는게 싫어서다.
사진 찍히는게 점점 꺼려지는 까닭은 딴게 아니다. 세월따라 변해가는 모습, 늙어가는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아무리 "어쩌면 10년전과 똑 같으세요~"라고 해도 사진 만큼은 얄미울 정도로 정직한 탓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기 모습- 싱그럽고, 풋풋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뇌의 필름 속에 담아두고 싶어 한다. 거울을 보면서도 정작 꺼내보는 것은 '언젠가의 나'일 때가 많다.
며칠 후면 또 한 살 먹게 된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먹기 싫다는 나이! 하지만 나이 만큼 공평한 것도 사실 없다. 이 순간 지구상에서 숨 쉬고 있는 65억 인구가 일시에 똑같이 경험하는 일이다. 그 어떤 권력자도,부자도, 절세미인도 예외가 없으니 가히 無所不止(무소부지)다. 나이 한 살 먹는다는게 알고보면 전 지구적 이벤트인 셈이니 한편 재미스럽다. 손해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새해 반대 전선'을 뜻하는'포나콩(FONACON)'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오는 31일 프랑스 낭트에서 2007년이 오는 것을 절대 반대하는 이색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2007년을 멈추게 하라. 통과시켜선 안된다"는 슬로건을 내건 그들은 "늙어가는 것에 진저리 난다"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미친 경주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2007년'이 이들 시간 데모대에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점잖게"가는 세월 잡지 말고 오는 세월 막지 마소"라고 할까. 아니면 가자미눈으로 된호통을 칠려나.
丙戌년의 해가 서산에 걸렸다. 오는가 했더니 하마 떠나간다. 미운 정 고운 정 담뿍 안은채 영원 속으로…. 안녕, 2006년이여!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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