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옛 시인들은 "산과 호수의 으뜸은 서호에, 산과 강의 명승은 계림에, 산과 바다의 절경은 보타에 있다"고 노래했다.
닝보시 동쪽바다 조우산(舟山) 군도의 작은 섬인 보타산(普陀山)은 섬 전체가 불교 명승지로 이뤄져 해천불국(海天佛國)이라 불린다. 관음보살을 모신 보타산은 지장보살을 모신 안휘성 구화산(九華山), 보현보살을 모신 사천성 아미산(峨眉山), 문수보살을 모신 산서성 오대산(五臺山)과 더불어 중국 4대 불교 성지의 하나로 손꼽힌다.
보타산은 관음보살이 불법(佛法)을 설파한 곳으로 역대 황제들이 사원을 지었고 청대 건륭연간에는 혜제선사(慧濟禪寺)·법우선사(法雨禪寺)·보제선사(普濟禪寺) 등 3대 사찰과 88개 암자, 128개 모봉(茅蓬·수련장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11.8㎢의 섬은 바닷물의 침식과 오랜 역사의 풍화작용으로 해식동굴과 기암절벽 등이 발달돼 있으며 사원·금빛모래 해수욕장· 기암괴석·파도소리 등 환상적 풍경을 지녀 불교도들에겐 '극락이 예 아니냐?'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닝보 태백관광여행사를 이용해 하루 일정으로 '관음보살의 현신처'인 보타산을 찾았다. 새벽 6시 차로 1시간 30분 쯤을 달려 대사도(大射島) 배 선착장에 닿았다. 중국의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선착장 입구엔 옥수수빵·만두 등 요기거리를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보타산도 식후경(?)' 만두와 우유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여객선에 올랐다. 허름한 객실엔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객실내 TV에서 흘러나오는 중국판 찬불가가 선계(仙界)의 초입을 알리는 듯 울려 퍼졌다.
중국 불교도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이상향(理想鄕)인 보타산. 배안에서 만난 관광객인 자오롄(趙蓮·46·여) 씨는 "칭다오(靑島)에서 보제선사의 부처님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며 들떠 있었다. 사천성에서 친구와 온 랴오징팡(廖鏡芳·40·여), 쩡칭위(曾慶玉·40·여) 씨도 "꿈에 그리던 보타산에 드디어 첫 발을 디디게 됐다."며 "마치 천국에 온 듯 마음이 편하다."고 좋아했다.
부처의 미소처럼 온화한 파도를 헤치며 달린 뱃길 2시간 여. 마침내 보타산이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관음보살의 도량' 보타산에 내리자 '양콰이(2위안), 산콰이(3위안)'를 외치는 섬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다름 아닌 향을 팔기 위해서다. 향 문화가 발달한 중국인들은 향 한 두 묶음씩 사들고 사찰이나 암자에 들를 때마다 10여 개 향에 불을 붙여 동서남북으로 세 번씩 절을 올린다.
일일코스의 첫 유적지는 관음동굴(觀音洞窟). 해수침식에 의한 동굴 바위에 새겨진 3개의 불상이 영험한 빛을 발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서로 절을 올리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가 돌아오면 1~5위안의 작은 돈을 올려놓고 합장기원을 한다.
첫 유적지 관음동굴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이귀청법석(二龜聽法石)이 나온다. 거북 형상의 돌인데 한 마리는 큰 바위를 오르고 있고 또 한 마리는 바위 위에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 바위의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두 거북이 동해용왕으로부터 관음보살의 설법(說法)을 세상에 전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 시기를 놓치고 표류하다 이곳에서 돌로 변했다는 것. 우리나라 망부석(望夫石) 설화가 떠올랐다.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반타석(盤陀石)이 나타났다. 둘레 20여m의 편평한 아랫돌 위에 높이 3m의 윗돌이 반쯤 걸쳐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한다. 마치 설악산 흔들바위를 닮았다. 이곳은 저녁놀이 질 때 바위 사이로 석양이 아름답게 비춰 보타산 12 경의 하나로 꼽힌다. 또 반타석 옆에 소(牛)형상의 바위는 돈을 얹고 만지면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설화가 있어 뿔과 등은 복을 비는 돈과 손길로 반들반들 닳아있었다.
반타석을 지나 집채만한 바위에 마음 심(心) 자가 새겨진 바위를 거쳐 보타산 3대 사찰 중 하나인 보제선사에 도착했다. 보제선사는 관음보살을 봉양하는 절로 북송때 지어졌으며 규모가 크고 건축이 웅장하다. 경주 불국사보다 3,4배는 됨직한 절터에 3개의 연못(연화지·蓮花池)에 둘러싸인 황금빛 사찰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은 옷을 입지만 부처는 금을 입는다.' 한국의 대웅전 격인 보제선원(普濟禪院) 건물 안에는 높이 9m의 대형 금빛 불상이 화려한 커튼 뒤로 자리해 있다. 양 쪽에 조각된 32개의 응신상(應身像·화신)은 관음보살이 시방(十方) 세상에서 각기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삼국지 명장 관우(關羽), 왼쪽에는 여포(呂布)가 늠름한 모습으로 불상을 지키고 있다. 불상 앞 시주함에는 향, 종이, 돈 등 각종 물건들이 즐비했으며 대형 소각로 앞에선 신자들이수십 개의 향을 붙여 동서남북으로 절을 하며 저마다의 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연화지 동쪽에 있는 보타산 최고의 건축물 다보탑(多寶塔)을 지나 섬 바닷가로 나아갔다. 보제선사의 황금불상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난 남해관음상(南海觀音像). 남쪽 바다를 향한 높이 50여m의 이 남해관음상은 주변 섬 풍경과 정교하게 새겨진 석상, 벽화 등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그 웅장한 장관에 넋을 빼앗길 즈음 아쉬운 보타산 일일 관광의 여정이 끝을 내고 있었다.
바쁜 이국의 일정탓에 몸은 지쳐갔지만 둘러보지 못한 혜제선사, 법우선사에 대한 진한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닝보에서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닝보에서 보타산에 가려면
현지 여행사를 통한 관광은 1일 코스부터 3일 코스까지 있다. 산꼭대기에 있는 혜제선사를 비롯, 법우선사, 보제선사 등 3대 사찰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것이 특징. 일일코스 여행비용은 입장료, 선박비, 점심식사 등을 포함해 1인당 340위안(원화 4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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