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이주형 엄마입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매일신문사로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죽어가는 아들을 넋 나간 듯 온종일 보고 있는 제가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했다고. 사실 염치가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베풀고 살지는 못할망정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미안했죠. 자기 새끼 하나 건사할 능력도 없는 애미가 누군가에게 수술비를 달라고 부탁하려니 입이 안 떨어지더군요. 거의 매일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한 달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폐에 물이 차고 열이 40℃를 웃돌며 하루하루 죽음으로 치닫는 아들을 보고 결국 용기를 냈습니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 못난 애미를 이해해 주세요.
주형이는 제게 '큰 산' 같은 아들입니다. 큰 덩치에 끔찍이 엄마를 챙기는 친구 같은 아들입니다. 큰아들 형식이가 어릴 때 사고로 눈이 먼 후부터 주형이는 형과 엄마를 챙기는 믿음직한 우리 집의 기둥이었습니다. 주형이가 10살 때 전 남편과 이혼을 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아이들과 저를 패는 남편. 견딜 수가 없었죠. 남편과 헤어진 후 주형이는 항상 저를 위로했습니다.'엄마, 걱정 마. 우리 세 식구 이젠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도 일하고 형도 많이 나았잖아.'
하지만 이젠 주형이는 이 말을 하지 못합니다. 3년 전 감기 한번 안 걸리던 주형이가 갑자기 목에 뭔가가 만져진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선 림프종으로, 혈액암이라고 하더군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건강했던 아들이 한순간 죽음을 마주봐야 한다니···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살던 집을 빼 월세 20만 원짜리 방한칸으로 옮겼습니다. 눈이 불편한 형식이도 공사판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저도 여관 청소며 공장일이며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어렵사리 아들의 자가 골수이식 수술비가 모아졌지요. 꿈만 같았습니다. 자가 골수 이식 후 아들은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형식이가 진 빚 2천만 원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동생 수술비가 급하다는 걸 안 형식이 친구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사기를 쳐 지게 된 빚이지요.
우리 세 식구 이에 굴하지 않았지요. 주형이가 살게 된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으니까요. 주형이도 퇴원하자마자 형 빚을 갚기 위해 다시 공사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지난 10월 주형이에게 또다시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혈액암이 재발했다더군요. 남편의 모진 뭇매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설 때도 울지 않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큰아들 눈이 멀었을 때도 이렇게 막막하지는 않았었는데···. 약해지면 안 된다고 모진 마음먹고 아이들을 키워냈는데···. 왜 세상은 제 삶의 전부를 앗아가려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들 둘 키우며 착하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전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주형이를 제 곁에 두고 살 순 없는 걸까요. 병원에선 또다시 골수이식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뺄 방도 없는데 어떻게 수술비 3천만 원을 마련해야 할지··· 무능하고 가난한 부모 만나 피어보지도 못하고 젊은 생을 마쳐야 하는 우리 주형이···불쌍한 우리 주형이···."
25일 오후 '이웃사랑' 제작팀에 편지를 보낸 김하자(57) 씨를 경북대 병원에서 만났다. 김 씨는 병실에서 자고 있는 주형(가명·27) 씨를 초점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퇴원하기로 했어요. 병원비가 감당이 안 돼서요." 담담히 말하는 김 씨의 얼굴에선 절망이 서려 있었다. 해도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나락, 그녀는 많이 지쳐 보였다.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염치없는 줄 알지만 제발 부탁입니다." 병원 로비에서 힘겹게 말을 하던 그녀는 결국 기자의 손을 잡고 목놓아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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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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