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깐깐한 젊은 직장인들 "적은돈도 찾아 굴린다"

이달 초 회사원 이준영(34) 씨에게 공돈 3만 원이 떨어졌다. 지난 2001년 대전에서 대구로 이사 오면서 거래은행을 바꿨는데 예전 은행 휴면계좌에서 잠자고 있던 돈을 5년 만에 되찾은 것. 이 씨는 "얼마 전 인터넷 휴면계좌 조회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회했더니 나도 모르는 돈이 남아 있었고, 이 공돈으로 기분좋게 회사 동료들에게 점심을 샀다."고 웃었다.

◇'잠자던 돈'이 깨어나고 있다=은행 휴면계좌(찾아가지 않은 잔고), 과오납 세금(많이 냈거나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낸 세금) 등 '내가 모르는 잠자는 돈'을 찾는 사람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잠자는 돈을 불려주는 각종 금융상품 가입도 젊은 직장인들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20일 현재 은행 고객들이 찾아간 '잠잔 돈'은 1만5천202좌(12억 3천400만 원)로, 2004년 6천246좌 9억 2천400만 원, 지난해 1만 2천504좌 13억 4천400만 원에 비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이수혁 대구은행 개인영업기획 차장은 "지난 4월부터 주민등록번호만 치면 은행, 보험 휴면계좌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www.sleepmoney.or.kr)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잠자는 내 돈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바뀐 고객 마인드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도 돌려받자=지자체에서 돌려주는 과오납 세금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0월 말 현재 7만 1천545건이 환급돼 2004년 2만 9천15건, 지난해 4만 7천165건과 비교해 해마다 배 가까이 늘고 있다. 환급액은 매년 비슷하지만 몇 만 원을 끝까지 돌려 받으려는 '개미 군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구시 세정 담당은 "국세청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한 뒤 철저하게 관련 세금을 다시 계산해 돈을 환급받는 사례들이 많다."며 "양도소득세를 환급받으면 양도소득세의 10%를 내야하는 주민세까지 다시 환급받는다."고 전했다.

◇소액 재테크 문화=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내가 모르는 잠자는 돈'이 아니라 '내가 아는 잠자는 돈'을 불리는 재테크 문화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 주가가 바닥이었던 2년 전부터 월 10만 원의 증권 적립식펀드 상품에 가입한 손모(32) 씨는 연간 50%의 수익을 올렸다. 손 씨는 "2, 3년전부터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펀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주가가 폭등하면서 짭짤하게 번 친구들이 적잖다."고 했다. 요즘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초단기 채권에 투자해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도 3.5%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한다는 것. 이 때문에 시내 증권계는 점심시간 때만 되면 증권사 객장마다 잠깐 시간을 내 은행 계좌를 CMA로 바꾸려는 직장인들이 넘쳐날 정도라고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4개 증권사의 CMA 계좌 수는 108만 개(5조 5천억 원)로, 지난해 말 55만 계좌(1조 4천억 원)에서 계좌수는 두배, 금액은 4배나 늘었다.

증권계 관계자들은 "20, 30대 젊은 또래 회사 동료들이 매일 아침 나누는 얘기가 잠자는 돈 불리기"라며 "증권사가 자체 투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리스크(위험)가 있긴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치고 은행에만 돈을 재워 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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