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기 종반 레임덕 도리 없이 수용해야

노무현 대통령의 연이은 '작심 발언'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뭘 어쨌다고 공개적으로 사납게 짜증을 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을 '동네북'신세라 한탄하고, '굴러들어온 놈'이라 비하하는 대목에서는 임기 종반 대통령의 自激之心(자격지심)이 짙게 배어 있다. 어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받고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정계 개편과 대선 정국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누구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그러면서 고건 전 총리를 또 공개 비난했다. 지난번 고 전 총리 기용이 '실패한 인사'라 한 것은 개인을 겨냥한 게 아니었는데도 진의를 왜곡해 대통령을 밟고 있다는 취지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대로 가만있으면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 공격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본때'를 보이기로 작정한 것 같기도 하다. 가만있는 사람을 건드려놓고 대든다고 되레 화내는 격이지만, 임기 종반에 찾아드는 레임덕을 어떡하든 막아보려는 몸부림이 읽혀지는 것이다.

레임덕은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제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더구나 연임이 가능하지 않은 單任(단임) 권력의 임기 말은 레임덕을 피해 볼 도리가 없다. 그러니 인기가 날아간 집권당이 생존 도모를 위해, 또 권력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을 밟으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관심이 '차기'에 쏠리는 시점에서 1년 남은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겠다'고 나서면 소란밖에 더 일겠는가. 배신감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게 속 편한 노릇일 것이다.

권력의 끝 무렵은 인내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다음 정권을 위해 국정의 안정적 마무리에나 注力(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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