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수원 사태 어떻게 푸나] ③경주지역 지원사업 서둘러야

경주가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유치한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는 방폐장 유치에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사업 ▷특별지원금 3천억 원 ▷유치지역 지원사업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에서 약속했던 각종 지원사업들은 지지부진하다. 19년 동안 표류하던 방폐장 입지 문제가 결정된 뒤 정부 태도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지원, 무엇이 이뤄졌나?

방폐장 유치 이후 현재까지 경주시에 지원된 것은 특별지원금 3천억 원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 4월 산업자원부 및 경주시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경주시가 농협에 개설한 기탁계정 통장에 3천억 원을 입금했다. 이 특별지원금은 방폐장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처분시설 운영 개시 때 각각 1천500억 원씩 특별회계로 인출할 수 있다.

연간 120억 원가량의 이자도 경주시에 귀속된다. 시는 이자수익금 전액을 양성자 기반공학기술 개발사업(양성자가속기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선(先) 시민공감대 형성, 후(後) 사용 등을 요구해 결국은 내년도 토지보상비와 문화재 발굴 조사비 등으로 용처가 정해졌다.

이외에 양성자 가속기 건설문제에서 지난 2월 지역 간 갈등과 소송 등으로 후유증이 있었으나, 건천읍 화천리 일대로 터가 결정된 게 진척이라면 진척된 내용이다.

◆정부, 관심은 있나?

경주시는 유치지역 지원사업비로 114개 사업에 8조 8천억 원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서 정부가 얼마만큼 반영해 줄지는 미지수이다.

방폐장 유치지역을 지원할 사업들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유치지역지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지난달 열기로 했던 실무위원회는 연기됐고, 유치지역지원위원회는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다만 현재의 정부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경주시의회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정부가 수용의사를 밝힌 것은 17%인 1조 5천억 원, 조건부 수용 방침은 3조 7천억 원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 시장은 "경주시 요구 사업에 대해 대다수 부처가 타당성은 인정하지만, 총액배분자율편성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별도의 재원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부처 예산으로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가 10만 평 이상의 부지, 터닦기 및 진입로 개설, 전력 및 용수공급설비 등의 인프라 구축, 연구· 관리· 숙소동 등 지원시설 건립 등을 무상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요될 경주시의 재정부담은 현재까지 계산된 것만 1천600억 원 정도다. 열악한 경주시의 재정 형편을 보면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희망시민연대 김성장 공동대표는 "정부가 19년 동안 표류하던 방폐장 입지 문제를 주민투표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센티브 등의 방폐장 유치 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각종 약속을 했으나 막상 유치가 결정되고 난 이후의 후속조치들은 시민 기대에 크게 미흡하고, 그나마도 진적마저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경주대 황성춘 교수는 "정부는 방폐장 유치 당시 내걸었던 인센티브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래서 그 성과들이 나타날 때 다른 국책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것"이라며 "앞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과 원전 추가 건설 등 이른바 기피시설 사업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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