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달서경찰서에서 30여 년 경찰 생활을 마감하고 정년 퇴임한 백영기(58·사진) 경위에게 지난 세월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난 1975년 2월 무도요원으로 경찰에 입문한 백 경위는 2년 뒤 동부경찰서 형사계 근무를 시작으로 '수사 형사'의 외길을 걸었다.
백 경위는 형사 활동 중 풀지 못한 사건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형사라면 누구나 미제 사건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죠." 백 경위는 지난 1980년대 서부경찰서에 근무하던 때 발생한 호림동 택시강도살인사건과 평리동 모자살인사건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를 보며 자신의 얘기같았다는 백 경위는 "용의자도 있었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목격자도 없었고···"라며 "DNA 채취라는 것도 불가능해 과학수사가 힘든 시기였다."고 안타까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미제로 묻힐 뻔했던 사건을 해결했던 경우도 있었다. 1986년 성당동 무궁화아파트 강도살인사건은 '하늘이 도운 사건'으로 백 경위는 기억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시체가 1주일만에 발견됐어요.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시체를 유심히 보니 손가락 사이에 남자 머리카락이 세 가닥이 나오더라고요." 살해당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증거물, 머리카락 세 가닥을 단서로 대구시내 미용실, 이용실을 일일이 탐문수사해 피해자의 집에 비디오테이프를 배달하러 왔던 이모(27) 씨를 43일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는 것.
백 경위는 "아직도 젊은데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