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을 표현하는 단어 중 '글루미 제너레이션'(Gloomy Gener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우울한 세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현대사회의 고독한 개인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짜로 안아드립니다, 프리허그(Free Hugs)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까.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하나의 행위로만도 큰 위안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 외롭고 고독한 상태를 벗어나는 첫걸음은 '나'가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고, 그 첫 출발지는 멀리 갈 것 없이 '가족'에서 찾을 수 있지만 우리의 눈은 먼 곳만을 향해 있다. 길거리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이들에게도 따뜻한 포옹을 하자고 운동까지 벌이는 판이지만 사실 부모님 한번 꼭 안아드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보수적인 대구·경북에서는 이런 애정표현이 쑥쓰럽기만 할 뿐이다. 어릴때야 부모님 품에안겨 재롱부리고 노는 일이 당연하지만 철이 든 이후에는 부모님의 체온이 얼마나 따스한지를 잊어버린지 오래다. 당연히 세월이 흐르면서 얼마만큼 어깨가 좁아졌는지도 알지못한다.
회사원 김창범(34) 씨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안아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이 없어도 일년에 한두번 응석부리듯 껴안아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는 언제부터인가 관계가 서먹서먹해져 안아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용기를 해 한번 안아보려 해도 부모님의 반응이 영 시원찮은 경우도 있다. 최주훈(29) 씨는 "가끔 '어머니, 한번만 안아주세요.'라고 응석을 부리며 품으로 달려들지만 '야가 징그럽게 와이카노. 저리 안 비키나.'라는 엄마의 반응 때문에 겸연쩍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포옹의 힘은 굳이 '기적'의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김정화(25·여)씨는 포옹의 힘을 경험했고, 그 따스함을 신봉하는 사람 중 하나다.
김 씨가 처음으로 포옹의 힘을 경험한 것은 너무나도 힘들어보이는 아버지의 축 쳐진 어깨 때문. 김 씨는 "학생 신분에서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 드릴 일이 없어 그저 안아드리고 손을 꼭 잡아드렸다."며 "나이드신 할머니는 다 큰 계집애가 무슨 짓이냐고 나무라셨지만 아버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고 함께 행복해졌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김 씨는 주위 사람들과도 서스럼없이 포옹을 한다. 친구들과,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과도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김 씨는 "포옹을 하면 기운을 나눠받고 있다는 느낌, 단지 체온을 나누는 것 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나눈다는 착각을 가지게 해 둔다."고 애찬론을 펼쳤다.
살을 맞대고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포옹. 그래서일까? 포옹은 단지 껴안는 행위를 넘어선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연말연시 선물을 마련할 고민에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힘들고 지쳤던 부모님께, 아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따스한 가슴을 내밀어보면 보자. 조금 쑥쓰럽더라도 일단 한번 부딪혀봐야 한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잔잔한 울림이 그 동안 쌓였던 마음의 벽을 허물어내고,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참모습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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