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 더 빠른 공, 아주 빠른 공'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왼손 투수 '빅 유닛(Big Unit)' 랜디 존슨(43)의 구위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말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었지만 타자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는 광속구를 뿌려대는 그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4·휴스턴)와 더불어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파워피처다.
그런 그가 양키스의 상징인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게 될지도 모른다. AP통신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이 양키스가 존슨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고 일제히 보도한 것. 2004년 양키스 합류 이후 34승19패, 방어율 4.37로 명성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이 원인이다. 현재 양키스는 존슨 대신 클레멘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야구에서 투수, 그 중에서도 에이스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 에이스는 정규 시즌 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앞장서고 '투수 싸움'이라는 포스트 시즌에선 상대 에이스와 당당히 맞서줘야 한다. 하지만 에이스 1명만으로는 승부가 힘들기 마련. 수준급 제2선발이 필요한 이유다. 강력한 선발 '원·투펀치'를 보유한다는 것은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은 것과 같다.
2001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좋은 예. 당시 존슨은 커트 실링(현 보스턴)과 원·투펀치를 이뤄 2001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낄 수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애틀란타, 양키스와 차례로 맞선 포스트시즌에서 둘은 9승1패, 방어율 1.30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선 상대 원·투펀치 마이크 무시나, 앤디 페티트를 꺾었다.
현재 존슨을 탐내고 있는 곳은 친정팀 아리조나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년 시즌 존슨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남부럽지 않은 원·투펀치를 구성할 수 있는 팀들이다. 아리조나는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싱커볼러' 브랜든 웹,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탈삼진 1위인 제이크 피비라는 에이스를 각각 보유중이다.
국내에서도 원·투펀치의 위력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18승), 문동환(16승)을 앞세워 정규 시즌 2위에 올랐고 3위를 차지한 현대 유니콘스도 나란히 14승을 올린 전준호와 캘러웨이를 거느렸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삼성 라이온즈는 불펜 원투펀치(권오준, 오승환)가 1, 2선발인 하리칼라(12승)와 브라운(11승)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때문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국내 스토브리그에서도 각 구단들이 에이스를 찾기 위한 노력만큼은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은 내년 시즌을 대비,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크리스 윌슨을 데려와 제이미 브라운과 짝을 지어줬고 올 시즌 꼴찌에 머문 LG는 두산에서 FA로 풀린 박명환과 삼성이 내보낸 하리칼라를 영입, 원투펀치를 완성했다.
과연 내년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 최강의 원투펀치는 누구일까. 또 그들은 포스트 시즌에 어떤 활약으로 그라운드를 달아오르게 할까. 야구팬들로서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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