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풍속도 바뀐다…혼수비용도 '양극화' 뚜렷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사회 양극화 현상과 함께 결혼식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실용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직접 결혼 준비에 나서면서 혼수가 간소화되고 있는 것. 또한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 이혼 경험이 있는 배우자를 스스럼없이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결혼, 갈수록 양극화=지난달 결혼한 A씨(28·여)는 혼수 비용으로 1억 원을 썼다. 시댁에서 유명 한복집과 웨딩숍을 지정하고 예물을 마련할 명품 귀금속 매장까지 지정하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도 뷔페 비용이 1인당 3만 원이 넘는 최고급 호텔에서 했다. A씨는 "혼수를 줄일 수 없겠느냐고 시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가 '신랑이 세무사인데 그 정도도 못하냐.'는 핀잔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반면 지난 17일 결혼한 B씨(27)는 결혼 비용으로 500만 원을 썼다. 예물을 커플링으로 대신하고 웨딩홀이나 사진 촬영 등 다른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다녀왔다. B씨는 "직장 생활을 하며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뒤늦은 식을 올렸다."며 "양가 부모님 모두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터라 손을 벌리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양극화 현상은 결혼 세태도 바꾸고 있다. 일부 상류층의 호화 결혼 행태는 여전하고 결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도 크게 늘면서 중간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예물 업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천만, 4천만 원대 호화 예물을 장만하는 예비부부들도 꾸준하고 200~300만 원대 예물을 장만하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가격대 별로 나눠지던 중간 세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귀금속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은 커플링이나 현금 등으로 예물을 줄이고 있는 반면, 고가의 예물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오히려 500만~1천만 원대로 예물을 사는 중산층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웨딩컨설팅 업체 함사요닷컴의 김상동 대표는 "결혼 양극화로, 비싼 호텔 예식이나 고급 웨딩홀, 저렴한 소규모 웨딩홀을 찾는 예비 부부들이 늘고 있는 반면 중간격인 대형 예식장을 찾는 이들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결혼하는 순간부터 계층이 뚜렷이 갈라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 결혼은 내 손으로=내년 2월에 결혼하는 권모(31) 씨는 결혼을 위해 6개월 전부터 발품을 팔았다. 인터넷과 주변 사람들의 평가 등을 토대로 직접 웨딩홀과 웨딩숍, 여행사를 다니며 각종 정보를 듣고 견적서를 만들어 웨딩컨설턴트에게 내밀었다. 업체에서도 정보의 정확성과 꼼꼼함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라는 것. 권 씨는 "별다른 준비없이 막연히 웨딩 관련 업체에 맡기기 보다 직접 알아보고 따져보는 것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요즘 예비부부들의 경우 결혼 준비에 직접 팔을 걷어붙인다. 결혼 준비에 돌입하는 상견례 직후부터 직접 혼수와 예단, 예물 등을 둘러보고 결정한다는 것. 웨딩업계 관계자는 "부모님들은 결혼 비용 등 큰 틀만 정해주고 세부적인 결정은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추세"라며 "레스토랑이나 카페, 분위기 있는 정원에서 치르는 '나만의 결혼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결혼식을 챙기면서 비용과 방식도 간소화되고 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신혼부부 305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주택을 장만하는 데 각각 결혼비용의 82.4%와 19.5%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집 장만이나 꼭 필요한 가전제품 구매 등을 제외한 예단·예물 부분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주택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 최근 결혼한 장은용(29·여) 씨도 마찬가지. 장 씨는 예물·예단비에 현금 700만 원, 가구와 가전 등 혼수에 1천300만 원을 지출하고 남은 현금은 24평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보탰다. 장 씨는 "직접 나서서 양가 어른들의 의견을 조율해 혼수를 최소화했다."며 "결혼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주택 할부금을 일부 갚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돌싱'(돌아온 싱글)이지만 괜찮아=지난 10월 결혼한 C씨(35)의 아내(31)는 이혼 경력이 있다. 아내는 전 남편 사이에 4살짜리 아이가 있었고 집안의 반대로 만만치 않았지만 C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마음에 안드는 초혼 여성을 만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아내가 이해심도 넓고 남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다 경제적 여유도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재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 경험이 있는 상대와의 결혼에 대해 미혼남녀 상당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이혼 전력보다는 경제적인 능력과 외모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반영한다. 결혼정보회사인 닥스클럽㈜이 최근 미혼 남녀 1천2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2.2%가 '이혼한 상대와 결혼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이혼한 상대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7.7%에 그쳤다. 또한 '사랑한다면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결혼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33.3%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김양호 닥스클럽㈜ 대구지사장은 "요즘 젊은층은 이혼 전력보다는 경제적 여유와 외모를 중시한다."며 "이혼 경험이 남녀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인식도 한 이유"라고 풀이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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