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맹글자! 맹글자! 맹글자!"
경북도가 2007년 술자리 건배주를 새로 만들었다. '일자리 7만 개 창출'을 위한 마케팅 행보에 따른 것이다.
지금 경북도의 관심은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창출이다. 김관용 지사가 취임 전부터 내세운 '일자리 7만 개 창출'이 최대 과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때문에 도청 투자유치팀의 주가도 덩달아 높아졌다. 도청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만 머물던 투자유치팀 사무실이 민선 4기 출범과 동시에 도지사실 옆으로 옮겨졌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 신규투자 소리만 들리면 밤낮없이 국내외 기업들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그들은 달라진 기업환경으로 인해 일하기가 녹록지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 '주는 자', 지방자치단체는 '받는 자'로 선이 그어지면서부터다.
도청 투자유치팀이 전하는 일화 하나.
지난해 11월 28일 투자유치팀 공무원 2명이 오전 일찍 구미로 떠났다. 최근 구미에 공장을 연 아사히글라스를 방문, 국내투자 애로사항과 향후 투자확대 동향 등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애프터서비스 차원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들을 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나기로 했던 담당자조차 연락 두절이었다. 정문 수위실 앞에서 한동안 칼바람에 떨다가 30분쯤 뒤에야 회의 때문에 늦었다는 담당자와 연락이 닿아 회사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요즘은 기업체를 '상전' 대하듯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지요. 그날도 기업체 임원이 아닌 부장 한 사람을 10분 정도 만나려고 오전 내내 시간을 허비했어요."
김상근 투자유치팀 사무관은 "전국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가 살길이라는 공통된 숙제를 갖고 있다 보니 갈수록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김천에 2천300억 원의 현대모비스 투자유치 성공담도 마찬가지다.
충주와 김천을 저울질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은 현대모비스 협상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도청과 김천시 투자유치팀 공무원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음식, 잠자리까지도 챙겼다.
어쩌다 "충주는 이렇게 해준다던데…."라는 말이 나오면 갖은 정성을 들여야 했다. 현금 60억 원 지원, 조세 감면, 각종 개발부담금 면제 등 막대한 '혜택'(?)을 준 대가로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일은 마지막까지 수월하지 않았다. 기업 측에서 "경북도가 향후 타 기업체를 유치할 때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할 경우 우리도 같은 조건으로 소급해달라."고 했다는 것.
김장호 투자유치팀장은 "요즘 기업들은 기업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지자체의 '약점'을 이용해 어려운 조건들을 많이 내세운다."며 "최근 포항 유치에 실패한 현대중공업 같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애환은 경북도 수장(首長)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한 중식당 앞. 김 지사가 '이제나 저제나'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이날 사적인 일로 대구를 방문한다는 정보를 이철우 정무부지사가 입수,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던 것. 잠시라도 만나달라고 읍소한 끝에 면담은 이뤄졌다. 도청 한 공무원은 "최근 무산된 현대중공업 포항 유치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목적이었다. 지사와 정 의원이 10분 정도 면담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내내 김 지사의 모습을 지켜본 도청 한 공무원은 "지사까지 나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목매는데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