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문화 실천…따뜻한 새해 여는 상인들

"1월 2일은 우리 가게가 정한 기부의 날입니다. 모든 매출액을 고객의 이름으로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합니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십시일반'의 아름다운 기부 문화를 실천하는 상인들이 '따뜻한' 새해를 열고 있다.

미용실, 음식점, 시장 등 예전보다 벌이가 많이 줄었지만 소외 이웃들을 향한 크고 작은 온정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구 수성구 범물동 한 미용실에는 이색적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미용실을 찾은 고객들의 '머리 손질 비용'을 고객의 이름으로 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김종현(32) 사장은 "남부럽지 않을 때 기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면 언제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1년 365일 가운데 딱 하루만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김 씨의 최종 목표는 동네 모든 가게들이 기부 문화에 동참하는 것. 플래카드에 '다른 가게들도 동참해 달라'는 글귀를 새겼고, 분기마다 한번씩 '봉사의 날'을 정해 기부 문화를 알릴 계획이다. 김 씨 덕분에 한국복지재단 대구지부는 새해 소년소녀가장 특기 지원 사업 대상을 15명에서 17명으로 2명 더 늘릴 수 있었다. 권혁철 지부장은 "십시일반의 위력은 엄청나다."며 "올해 5천200명의 회원들이 매달 1만, 2만 원씩 보낸 성금은 모두 14억 원으로, 5천200명의 소외 이웃들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성금으로 불우 이웃을 도와 온 '원조'는 음식점 '사장님' 들. 한국음식업협회 대구지회는 4년전부터 '사랑의 열매' 모금함을 음식점에 달아 성금을 모은 뒤 공동모금회 대구 사무국에 전달해 왔다. 서영일 총무부장은 "매년 2천 곳 안팎의 음식점들이 성금 운동에 동참해 2천만 원 안팎의 고객 기부와 자체 성금을 모아 왔다."고 했다.

유난히 힘든 한해를 보냈지만 상인들의 이웃 사랑은 이처럼 예전과 변함이 없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는 라면 50박스, 장뇌삼을 판매하는 영농조합법인 '팔공산'은 산삼통갈비세트 110개, 식품·떡류 임가공 수성지회는 떡국용 떡가래 100박스, 북구 대구기계상협회도 TV 1대를 해당 지자체에 전달했다.

김영수 대구 수성구청 위생과장은 "어르신들에게 회정식과 찹쌀떡을 무료로 대접하거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점심, 영화구경, 선물 풀코스를 마련해 준 수성구 음식점과 떡집들은 이달 들어서만 5, 6군데"라며 "주위에서는 모르게 소외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상인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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