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禍福無門의 새해를...

올해는 새해 소망을 四字成語(사자성어)에 담아 말하는'멋부림'이 유행하는 것 같다. 지난 연말 密雲不雨(밀운불우)란 사자성어로'구름은 잔뜩 끼었는데 비는 오지 않는 답답한 세태'를 풍자했던 교수들이 새해에는'反求諸己(반구저기)'='돌이켜 자기에게서 찾자'를 丁亥年(정해년) 話頭(화두)로 선정했다.

민주당도'우물을 파 물을 얻는다'는 掘井取水(굴정취수)를 새해 화두로 정해 구름만 잔뜩 끼워놓고 단비를 못 내려주는 집권 여당의 무능을 빗대어 세상을 적실 물을 길어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경제부총리도'胡服騎射(호복기사)'란 사자성어로 내년 경제 정책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새해 소망과 새 결의는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심 속에도 소망과 꿈은 있게 마련이다. 사자성어 유행 따라 지친 민심 속에 숨겨져있을 법한 올 새해 사자성어 소망들도 어림짚어 뽑아보자. 올해는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라고 들떠있지만 아직 바닥민심 속에서는 고작 豚蹄盂酒(돈제우주), '돼지 발톱 안주에 술 한잔'의 소박한 욕심이 전부다시피 오그라들어 있다. 국민들이 기껏 돈제우주의 소줏잔에 맺힌 속을 달래는 데도 여전히 지도층은 민심을 못 읽고 머리 쪽이 가려운데 발뒤꿈치를 긁는다는'頭痒搔足艮(두양소근)'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판에 겨우 민심 달래는 일이라곤 갖가지 꿈같은 공약이나 젊은 병사들이 좋아할 선심 정책만 내놓고 있다. 望梅解渴(망매해갈), '목마른 병졸이 신 매실 얘기를 듣고 입 안에 침이 고여 목마름을 푸는 격'이다. 올 한 해 대선을 앞두고 얼마나 더 많은 선심공약으로 메마른 살림에 갈증이 나있는 국민들의 입속에 침만 고이게 할까.

새해를 맞으면 새로운 미래의 희망을 말하고 꿈을 만들어나가야 될 텐데 不念舊惡(불념구악),지나간 일을 콩이야 팥이야 따지지 않는 백이·숙제 같은 마음이 안 보이니 그 또한 소망해본다. 좌파의 목소리가 거꾸로 커지고 폭력 불법시위가 법과 정의보다 앞서 뒤집는 세상은 浮石沈木(부석침목), 돌이 물에 뜨고 나무가 가라앉는 거꾸로 된 세상이 된다. 새해엔 浮木沈石(부목침석)의 제대로 된 세상이 되기를 민심은 소망할 것이다. 그래서 민심은 지도자에게도 새해에 3가지의 소망을 사자성어로 꼽아 당부한다.

첫째 驕兵必敗(교병필패)라, '이긴다고 장담하고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대로 올해만은"부동산만 꿀리지 다른 거 못하는 게 뭐냐"는 식의 장담을 더는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요.

둘째는 南蠻舌(남만격설)이라. 남만(남쪽 지방의 야만스런 민족) 사람의 말처럼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과 격설(물까치 혀)처럼 단지 시끄러움뿐인 말로 국민의 불신을 사지 않는 지도자다운 언행을 소망한다.

셋째는 不言實行(불언실행)이라, 이유나 핑계를 대지 않고 묵묵히 실행하는…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않고 참을 줄도 아는 그런 리더십을 소망하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대권주자들에게도 민심은 사자성어로 소망을 말한다. 경쟁과 투쟁으로 지지도(민심)를 두고'질투에 집착하여 아수라(귀신)가 되지 말라'는 팔만대장경의'阿修羅道(아수라도)'와 당리당략과 이합집산, 줄서기를 경계하는'白禽擇木(백금택목)''현명한 새는 나무를 골라가며 택한다'는 고사성어의 소망도 올 대선의 해엔 기대하고 싶다.

이런 저런 사자성어의 새해 소망도 궁극에 닿으면'禍福無門(화복무문)'한 가지 사자성어에 모아진다. "화와 복에는 따로 門(문)이 없고 단지 사람이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니 우연히 다가오는 듯한 재앙이나 행복도 모두가 자신이 불러 들어온 것"으로 제 하기 나름인 것이다. 정해년 새해, 우리 모두'화복무문'의 깨끗하고 바르고 복을 쌓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아보자.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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