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냉철한 머리·뜨거운 가슴으로 도약을

2007년. 丁亥年(정해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모처럼 활기가 느껴진다. 풀 죽고, 지친 얼굴들 위에 내일을 향한 의욕이 어린다. 고단하고 힘겨웠던 지난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건 우리 모두 비상한 의지로 결단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 나라' 이 민족의 희망을 찾기 어렵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그렇다"라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의 가슴은 실망과 허탈감'좌절감의 구멍이 뻥 뻥 뚫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 리더십의 不在(부재)다. 추락한 경제와 실종된 민생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매사 좌충우돌하는 정부 정책은 우리를 혼란으로 몰고 간다.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說禍(설화)와 '갈팡질팡 리더십'은 더 이상 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4년 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던 대통령의 취임 一聲(일성)은 세칭 '코드 정치'와 미숙한 정국 운영, 잦은 돌출 언행 등으로 불신감으로 바뀐지 오래다.

大選(대선)이 있는 올해는 '정치의 해'다. 정치로 해가 뜨고, 정치로 해가 질 판이다. 여권 일각의 통합 신당 창당 움직임 등 연말 연시 정치권은 벌써부터 열기를 뿜어내고, 국민의 관심도 온통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우리에게 특별히 무거운 비중으로 다가온다. 노 정권의 국정 운영 5년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5년,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의 國運(국운)을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국가적 역량을 키우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낡은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 결과는 희망이 사라져 가는 암담한 현실이다.

형편없이 쪼그라든 살림, 대문 밖이 지옥이나 다름없는 凶暴(흉포)한 사회에 우리 국민은 진저리치고 있다. 중산층에서 극빈층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정부는 집값 잡겠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부동산 狂風(광풍)은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을 강타했다. '내 집 마련' 꿈 하나로 허리 졸라가며 견뎌온 서민들 가슴엔 대못이 박혔다. 실업률 3.2%, 특히 청년실업률이 7.5%에 이르는 바늘구멍 취업현실은 청년들의 날개를 꺾어놓고 있다. '바다 이야기' 사태는 전국을 도박장화 했고, 거리엔 허황한 '대박꿈'에 취한 게임 중독자들로 넘쳐났다. 숱한 가정이 難破船(난파선)마냥 부서져 갔다.

지난 5년 간 우리는 좋은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번 대선이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는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오는 12.19 대선에서는 망국적인 연고주의는 물론 선동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나 장밋빛 이미지 정책,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 등에 眩惑(현혹)돼서는 안 된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국민이 나라를 끌고 간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만 한다.

그래서 올해 우리의 選擇(선택)은 과거 어느 해보다도 중요하다. 반목과 대립, 갈등과 분열, 증오와 보복을 부채질하는 선동적 지도자가 아니라 가로막힌 높은 담장을 허물고, 국민의 찢기고 곪은 상처를 아물게 하며, 화합과 상생과 미래의 벅찬 비전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이 당당하게 21세기 선진국으로 올라서느냐, 아니면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벌써부터 '대선용' 미끼가 솔솔 냄새를 피우고 있어 우려된다. 느닷없는 '군 복무기간 단축' 제기를 순수하게만 보는 국민은 없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 등 판세 뒤집기용 이벤트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대선 승리에만 집착해 북한의 선거 개입을 불러들인다면 이는 돌이키기 힘든 자충수가 될 것이다.

北核(북핵)과 남북 문제는 지난해가 넘겨준 숙제다. 지난 연말 국방부의 '2006 국방백서'는 북핵 위협 정도를 기존의 '직접적 위협'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강화해 적시했다. 북핵을 '방어용일 뿐이며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던 군 최고통수권자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 인식과는 크게 배치된다. 날선 대립도 문제지만 지나친 樂觀(낙관)은 더 큰 문제다.

끊어진 남북대화도 再開(재개)시켜 나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 재개는 남북관계 복원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퍼주기만 할 뿐 저자세로 일관해서는 국민의 反感(반감)만 키우게 된다. 지원하되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호'의 마비된 방향감각을 되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일본은 오랜 不況(불황)에서 깨어나고 있고, 중국은 새해에도 10%대의 경제성장률로 표정관리를 해야할 판이다. 러시아도 오일 달러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주변국들은 저마다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데 우리만 제 꼬리 물고 정신없이 빙 빙 도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희망을 새롭게 돋우어내자. 간고한 세월, 격랑의 터널을 잘 이겨내온 우리다. 이대로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반드시 다시 힘차게 일어서야만 한다.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당하는 어려운 현실도 '쓰지만 이로운 藥(약)'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벅찬 희망을 품자.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선진 한국'을 가꾸어 나가기 위해 눈을 들어 멀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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