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서민들 '부동산 스트레스'

지난 정권 때의 일이다. IMF 터널을 벗어났지만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자 대통령은 물론 경제 관료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외친 구호가 있다. "건전한 소비가 나라를 살린다."

물론 부동산도 예외 사항이 아니었다.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못하자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임대 사업자 조건을 완화하겠다며 다주택 소유를 정부에서 권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 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거나 차익을 기대하며 신규 아파트나 토지를 사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사회적 악'이 됐다.

선진국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흔히 꺼내는 것 중 하나가 '예측 가능한 사회'다.

정부가 한국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홍보 멘트인 '다이내믹 코리아'란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쯤 되면 '역동성'을 넘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다.

참여 정부가 '강남 투기꾼'을 잡겠다며 시작한 '부동산과의 전쟁'은 대통령의 호언과 달리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종전이나 휴전의 기미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은 꼬여가고 애꿎은 피해자만 늘고 있다.

부동산 열풍의 중심지인 강남을 잡겠다며 재건축을 불허하자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고, 여기에 잠자던 지방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하자 종합부동산세와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라는 처방책을 꺼내 내놓았다. 그러나 수도권 집값은 정부를 비웃듯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들고 나왔다.

그사이 각종 규제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고 정부 말을 믿고 집 사기를 기다렸던 서민들은 한숨으로 높아져 가는 집값을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버블의 원인도 '강남의 일부 투기세력'에서 다주택자로 최근에는 가격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로 확대됐다. 특히 '부동산 전쟁'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경제 관료, 그리고 부동산 부자들보다는 애꿎은 서민들이 집이 있건 없건 몇 배의 '부동산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정부가 시작한 '부동산과의 전쟁'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는 누구도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와대 코드에 따라 하루 아침에 말을 바꾸는 경제 관료나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검증되지 않는 대책을 쏟아내는 정치권의 의도와 달리 시장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인 2007년. 정부나 정치권 모두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읽고 시장 논리에 맞는 정책을 세워 서민들의 '부동산 스트레스'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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