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반세기 가까이 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갓바위에 올랐다. 잘하지는 못해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웬지 등산만큼은 무척 싫어한다.
신혼여행을 간 제주도에서 혹시 아내가 한라산을 올라가자고 할까 걱정했을 정도였고, 모임에서 하루등산을 가도 늘 산아래 식당에서 속절없이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내가 갓바위를 올라가서 그것도 치성까지 드리기로 마음 먹은 것은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녀석 때문이었다. 누구든 지극정성으로 빌면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 등반이 그래서 이루어졌다.
입시철에는 하루에도 수천명이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요일 아침 식사도 잊은채 팔공산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결에도 갓바위 오르는 입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생수 한 통 사서 손에 들고는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어릴때 독실한 불교신자이신 어머니를 따라 올라가던 길. 가파른 삶의 절벽처럼 곧추선 돌계단길을 힘들여 올라갈 때는 잔등이 땀에 묻어났다.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마주하는 갓바위 부처님. 자식의 성공을 비는 아비의 마음은 두손을 모았다. 촛불을 켜고 아들이 좋은 대학에 가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나니, 그제서야 수많은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가 눈에 들어온다.
자식을 향한 애틋한 모정은 촛농이 되어 흐르고,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차가운 바위 위에 앉아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어머니들은 밤을 지샜거나 해가 뜨기 전에 올라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가슴이 찡했다. 그들이 20여년전 학창시절에는 그 어머니들이 또 그들을 위해 저토록 간절한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사랑은 역시 내리사랑'이란 말이 떠올랐다. 내가 부모가 되고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니.
치사랑이란 어렵다고 하지만, 내리사랑의 반에 반 만큼이라도 행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내려오는 길, 찬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무수한 발길에 모서리가 닳아버린 돌계단조차 부처를 닮은 모습이다. 오늘 저녁은 꼭 어머니를 모시고 저녁식사라도 해야겠다.
이무상 M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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