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송라시장 떡집운영 이양호 씨
"처음엔 전화벨이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났어요. 떡주문이 들어오나 해서요."
대구시 동구 신천동 송라시장 우진떡집의 이양호(42)씨. 그가 회사원에서 떡집 주인으로 변신하기까지는 긴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소심한' 회사원이던 그는 IMF로 12년간 다니던 대구리스가 문을 닫자 번민 속에 밤을 지샜다. 답답한 마음에 2년동안 막노동부터 채권추심, 카드 체크기 판매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는 그는 "수입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기 직전까지 몰렸다"고 했다.
이 씨는 '이대로 죽을수 없다.'는 생각에 떡장수로 나섰지만 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형편없는 솜씨 때문에 손님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어요." 이 씨는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심지어 다른 떡집의 사장까지 돈을 주고 초빙했다.
"하루 18시간씩 6개월간 떡을 만들었어요. 너무 오래 서 있는 바람에 발이 붓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죠."
그해 겨울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때였다고 했다. 이 씨는 "말이 거의 없던 제가 진취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시장에서 '잉꼬부부' 소리를 들으며 아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IMF 덕분이죠."라며 웃었다.
이 씨는 자신이 개발한 호박영양떡을 능숙하게 빚으면서 "지금은 어떤 주문이 들어와도 즐겁다."고 했다.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달할 떡을 자전거에 싣더니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송라시장의 미소맨입니다."며 패달을 힘차게 밟았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벽진산업 최규호 대표
"한때 쪽박을 찰 뻔 했는데 지금은 큰 보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최규호(53) (주)벽진산업 대표는 현재 포항공대의 보수공사를 도맡아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10년전만 해도 퇴직금을 탕진한 실업자 신세였다고 했다.
"18년간 일하던 회사에서 나와 막상 일을 해보니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였어요. 95년 명예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1억8천만원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지요. 그때 가족을 볼 면목이 없어 죽고 싶은 심정 뿐이었어요."
그는 "허허벌판에 기적을 일군 포스코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며 "인간관계를 잘 맺어놓은 덕분에 주위 도움으로 작은 건설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포항공대에서 '맥가이버'로 불리는 그는 자신의 손때가 묻지 않은 건물이 없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기 나름의 IMF 극복 노하우를 공개했다."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가지의 교훈을 깨달았어요. 첫째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 둘째는 사람 사이의 신뢰, 셋째는 끊임없는 노력. 이것만 있으면 또다른 IMF가 와도 문제 없지요."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드림에프아이 박윤환 대표
기업 M&A(인수·합병)시장에서 주목받는 지역 유일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드림에프아이 대표 박윤환씨(48)씨는 대동은행 차장 출신이다.
1984년 서울은행을 시작으로 1998년 금융구조조정으로 대동은행이 문 닫기까지 '금융맨'으로 한 우물을 파온 그로서는 '은행 퇴출'은 청천벽력 같았다.
"아내와 한참을 울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했죠. '잊자, 빨리 잊어버리자.' 그러자 새로운 힘이 솟아 났어요."
그는 회사에서 짐을 들고 나온 뒤 새 직장을 얻는 것보다 미뤄둔 공부(경영학 박사과정)를 하기로 했다. 그때 은행에서 연락이 와 파산재단에서 일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학업과 병행하며 3년을 보냈다.
당시 그는 기업구조정만이 무너진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고 사업계획서, 업무편람, 투자제안서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았다. 우여곡절 끝에 34명이 출자한 자본금 30억 원으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세웠고 M&A외에도 자산관리업무와 부실채권정리, 구조조정컨설팅 업무에도 적극 나섰다. 법정관리중이던 (주)서한을 인수해 매각하고 (주)우방의 매각 주간사 대표를 맡아 지난해 당기순이익 14억원을 기록하는 경영 실적을 올렸다.
"아직은 성공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열심히 한다면 좋은 일이 훨씬더 많겠지요."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 영남건강수맥硏 남병웅 소장
남병웅(51) 영남건강수맥연구소 소장은 대동은행 퇴직자 출신이다.
그는 요즘 바쁘다. 일주일에 두 번 대우조선 연수원에서 '컨디션 업' 강연을 하고 있고 지난달 주부대학, 기업체 등 10군데가 넘는 곳에서 강연을 했다.
남 씨의 강연 주제는 보통 '기(氣)와 생활건강'이다. 사회생활에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를 풀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강의한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은 "기(氣)죽지 말고 삽시다." 건강해야 모든 일에 능률을 올릴 수 있고 덩달아 행복한 삶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도 그랬다. 대동은행이 1998년 문을 닫자 40대 가장으로서 시련이 닥쳐왔다. 마냥 '기죽고' 살 수만 없었다.
금융권에 24년간 몸 담아왔던 터라 이직은 쉽지 않았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기(氣)'와 '수맥' 공부에 매달렸다. 다행히 적성에 맞았고 인정도 받았다. 예전보다 벌이는 못하지만 만족도는 몇배 높다고 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해요.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은 행복의 필수조건입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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