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성구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둘러본 회사원 이모(45)씨는 깜짝 놀랐다.
하루 동안 자신이 본 6채의 아파트 가운데 4집이 빈집이었던 것.
이씨는 "요즘 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빈집이 많은 줄은 몰랐다."며 "적당한 아파트를 골라 계약은 했지만 지금 집을 사도 되는지 한편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을 이끌던 수성구에 빈 아파트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살던 사람들이 이사를 나간 뒤 매매나 전세로 시장에 나왔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두세 달째 비어있는 집들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는 것.
이러한 현상은 지산. 범물 단지와 시지, 만촌동, 범어동, 수성동 등 수성구 지역 내 아파트 밀집 지역 어디에서나 일반화되고 있다고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남부 정류장 인근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인근 한 대단지의 경우 빈 아파트가 30여 채 이상 있다."며 "빈 아파트는 매매뿐 아니라 전세 물량도 있으며 평형도 30평형부터 대형 평형까지 비슷하다."고 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때문.
지난해 수성구에서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8천661가구로 전체 대구 지역 신규 입주 물량 1만8천 가구의 절반 정도며, 지난 2004년 이후 3년 동안 입주한 아파트를 합치면 무려 1만5천700 가구에 이른다.
부동산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현재 빈집의 대부분은 지난 여름 이후 매매나 전세로 집을 내놓았으나 가격 차이 등으로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이사를 나간 집들"이라며 "4천 가구가 넘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아파트 입주와 맞물려 추석 이후 급격히 빈집이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 지사장도 "주거지로 수성구 선호도가 높지만 대구 인구가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만한 물량을 소화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신규 입주 물량이 늘면서 수성구 지역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3.30 부동산조치 이후 매수 수요가 가라앉으면서 갈수록 벌어지는 매수, 매도 호가의 차이도 빈집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수성구 지역 매매 가격은 변동률이 -1.8%, 전세는 -3.8%로 대구 지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한편, '수성구의 빈집 위기'는 1, 2월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빈집 대부분이 수성구에서 이사 특수가 발생하는 1, 2월을 기대하는 대기 물량인 탓이다.
대구·경북 부동산 분석학회 권오인 감사는 "수성구는 전통적으로 학군 이동을 위해 1,2월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며 "대다수 빈집 소유자들이 신학기 이전에 빈집이 해결될 것을 기대하며 이사를 나간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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