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과목을 숨겨라!"
원장이 산부인과 전문의인 대구 남구의 A의원. 이 의원의 간판에는 깨알 같은 크기의 '진료 과목'이란 표기 옆에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가 나란히 적혀 있다. 전문과목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이곳은 산부인과 진료보다는 미용성형, 레이저시술, 체형미 등의 진료를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중구 B의원의 간판은 일반인이 보면 영락없이 '000 성형외과 의원'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 뒤에 '진료과목'이란 작은 글씨를 볼 수 있다. 이 의원의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다.
이곳 뿐 만 아니다. 산부인과, 외과 등 전문의 가운데 환자 감소와 낮은 의료 수가 등으로 인해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일반 의원처럼 개원해 미용성형, 피부진료 등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과 전문의이면서 미용성형 수술을 하고 있는 김모(43) 씨는 "환자가 줄어든 데다 수가는 낮고 의료 사고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외과 의원을 운영하는데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도별 표시과목별 의원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재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전문의는 전체 2만 3천145개 가운데 4천 275개로 18%에 이른다. 대구는 132개로 전체의 1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의사는 모든 과목의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의원은 전문과목 이외에 시설 장비와 의료인의 능력에 따라 진료과목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진료과목은 의료기관 명칭 표시(예, 000내과의원)의 절반 이하 크기로 표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전문의와 비 전문의는 엄연히 다르다. 전문의는 대학병원 등에서 3, 4년 동안의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 내에선 진료 영역 붕괴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안기영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의사의 진료 영역에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전문의 제도가 있는 만큼 비 전문의의 무분별한 진료는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는 비 전문의의 미용성형수술 행태를 겨냥, 최근 '올 겨울 미용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와 함께'란 내용의 광고를 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현재의 진료과목 표시가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 전문과목과 진료과목을 분리해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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