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 반갑다" 연말연시 문자메시지 인사 '폭주'

회사원 최모(44·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1일까지 300여통에 가까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지인들의 것부터 각종 업체의 홍보성 메일까지 말 그대로 문자메시지 홍수에 시달렸던 것. 그러나 대부분 받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안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틀에 박힌 내용이었다. 최 씨는 "지인들이 건넨 인사도 인터넷 문자메시지 전송사이트를 통해 수십명에게 보낸 듯한 것들이어서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 누가 보냈는지 정도는 알아야 답장이라도 보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연하장을 대신한 문자메시지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동창회나 동호회는 물론 금융, 보험업계와 일반 소매점, 대리운전업체까지 하루 수십개의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를 타고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 특히 인터넷을 이용,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한꺼번에 뿌리는 탓에 상투적인 문구에다 누가 보냈는지도 아리송한 경우가 많아 오히려 받는 사람이 짜증나게 하고 있다.

중견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이모(34·대구 수성구 파동) 씨는 발신자를 모르는 새해인사 메시지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가 할 말을 잃었다. 발신자가 언제 가봤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한 식당이었던 것. 또 이 씨는 "다른 건에 대해 옛 친구인줄 알고 연락을 했더니 보험사 영업직원이었다."며 "한결 편리해진 세상도 좋지만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라도 입력해서 보내는 것이 예의"라고 한숨을 쉬었다.

문자메시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새해 첫날부터 잠을 설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문자메시지 전송량이 평소보다 4배 이상 폭주, 전송시점보다 3, 4시간 뒤에야 도착한 경우가 상당수였던 것. 실제로 자정 전후에 이동통신사들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는 다량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돼 처리가 장시간 지연됐다. 대학생 이희철(25) 씨는 "1시간 간격으로 울려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신음 때문에 짜증이 치밀었다."며 "좋은 뜻에서 메시지를 보내 준 것은 고맙지만 이 정도면 거의 테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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