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下傘(낙하산)'은 감속에 쓰이는 장비다. 사람이나 물건의 고공 낙하, 전투기 착륙, 경주용 차량의 보조 제동장치로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人事(인사)'라는 말 앞에 들어가면 본래의 감속 기능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갖게 된다. 참여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코드 인사' 양상까지 띠는 걸 보면 낙하산이 감속과는 반대의 '가속' 장비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고구려 시대에 일개 농사꾼에서 일약 宰相(재상)으로 발탁된 인물이 있었다. 을파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즘으로 치면 가공할 만한 코드'낙하산 인사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의 탁월한 인재 등용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재상은 농사꾼 출신이지만 경륜과 學德(학덕)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낙하산'들은 덕망은커녕 전문성도 맞지 않는 인사들을 싣고 着地(착지)해 문제다.
○…최근 3년간 대규모 공공기관에 임원으로 재직하다 퇴직 뒤 재취업한 27명 중 20명이 자회사'계열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公企業(공기업)의 상근감사 7명 중 5명은 정치인 출신이라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 같은 사정은 한국전력'토지공사'철도공사'주택공사'가스공사'농촌공사'도로공사 등 7개 공기업이 거의 비슷하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철도공사에서 퇴직한 임원 중 13명이 계열사에 재취업했다. 한국전력은 4명, 토지공사'가스공사'농촌공사 등도 각 1명씩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도로공사는 임원 1명, 주택공사는 6명이 퇴직 후 '기타 회사'로 재취업했으나 이 업체들이 대부분 관련 업체여서 퇴직한 공기업과 무관한 곳에 재취업한 경우는 전혀 없다. 5개 대규모 공기업 상근감사는 선거에 낙선한 與黨(여당) 정치인들이다.
○…공기업 경영의 도덕적 解弛(해이)가 고질이라는 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지만 더욱 악화되는 느낌이다. 그 배경엔 '코드 정책' '코드 인사'가 자리 잡고 있어 政權(정권)의 취향에 맞는 '낙하산'들을 투하해야 안심될는지 모른다. 하지만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다. 국회의원'지방선거에 떨어진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왔다'는 배짱까지 내민 적이 있었다니 말을 잃을 수밖에….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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