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기 불황' 대구 기초생활수급자 급증

박정자(62·여·가명) 씨는 지난해 10월 말 큰 아들(40)이 세상을 뜬 뒤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했다. 아들이 있어 그동안 수급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큰 아들이 공사장 사고로 숨지면서 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과 어린 손주를 모두 책임지게 됐기 때문. 현재 박 씨는 40만 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대구보다 인구가 4배 많은 서울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비도 대구시 전체 사업비의 9%를 차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IMF 이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가족해체로 생계를 책임질 가장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2년 7만여 명 수준이었던 대구시 기초생활수급자수는 2005년 9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대구시 인구의 4배 수준인 서울시의 19만여 명(2005년 기준)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또 지원금 역시 2003년 1천 36억 원에서 2006년 1천807억 원으로 2년 사이에 43%가 늘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한 공무원은 "기초생활수급 조건이 충족만 되면 조건에 따라 생계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가족해체를 꼽고 있다. 실제 대구지역의 조손 가구와 한부모 가구가 10년 사이 30% 이상 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는 1995년 6만 559가구였던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이 2005년 8만 4천942가구로 30%가량 늘었다. 특히 조손 가정은 1995년 1천537가구가 2005년 2천685가구로 10년 사이에 43%나 급증했다.

하종호 대구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이에 대해 "최근 10년 간 현금으로 생활비를 주는 직접 수급을 하면서 수급권자들의 재활과 자활의지가 많이 꺾인 것이 사실"이라며 "재활을 통해 능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로 나와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또 "대구가 서울에 비해 수급권자가 많은 것은 자영업 등 기반이 취약한 영세업이나 중소기업이 많은 산업구조 때문"이라며 "교육, 서비스업 등 특화산업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북도는 2003년 11만 7천742명에서 2004년 12만 2천537명, 2005년 12만 7천269명 등 매년 5천명 정도 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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