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 날더러 말을 줄이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연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말귀가 안 통하는 것이 너무 많아 온몸으로 소통한다"고 답답해했다는 것이다. 그 며칠 전 "그동안 참아 왔지만 앞으로 할 말 다할 것"이라고 한 국무회의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의 민망스런 말투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여론과는 아주 딴판인 소리다.
시중의 대화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설득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만에 빠져 상대를 가르치려 들거나 다듬지 않은 거친 말투로는 역효과만 낸다. 하물며 최고지도자의 말이 어떠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숨결 하나에도 귀 기울이게 하는 精製(정제)된 표현과 이성적 節制(절제)가 담겨 있어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말이 감동을 주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당의원들조차 대통령의 '막말 정치'가 민심을 멀어지게 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굴러들어온 놈' '별 달고 거들먹대고' '군대서 썩는다' '부동산 말고 꿀릴 게 없다' 따위를 싸울 듯 내뱉는 데서 인기 하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얼마 전 부산에서 "바꾸면 좋은데 이제 좀 늦었다"고 자신의 말투를 어쩌지 못하겠다고 한 모양이다. 결국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온데간데없고 비속한 표현만 소란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 발목을 잡을 뿐이다.
이제 와서 대통령의 수양을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舌禍(설화)를 낳으니 차라리 말을 줄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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