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에 맞서 중소서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화를 통해 활로를 개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서점 진출로 토종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역의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분도서점과 청운서림, 하늘북서점에 이어 토종서점의 대명사였던 제일서적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중대형 서점의 잇단 폐업 속에서 특화와 차별화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독특한 전문서점 3곳을 찾아봤다.
▲미술전문서점 '주노아트'
대구 수성구 매호동 누리타운 상가 지하에 위치한 '주노아트'는 대구에서 유일한 미술전문서점. 미술·사진·공예·조소·디자인·인테리어·건축서적 등 2만여 권이 구비돼 있다. 이곳을 찾으면 시내 대형서점에서도 접하기 힘든 외국 유명작가의 사진집과 미술서적 등을 마음껏 읽어볼 수 있다.
외국학술도서전문서점을 25년째 경영해 온 허두환(46) 대표는 지난 해 11월 오랫동안 꿈꿔왔던 미술전문서점을 열었다. 허 대표는 "대구에 미술인도 많은 데다 5개 종합대학의 미술관련 학과가 있지만 학생들이 미술전문서적을 볼 곳이 없었다."면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미술전문서점을 개업했다."고 말했다.
주노아트의 독특한 점은 미술관이 함께 있다는 것. 한 공간에 미술서점과 전시공간을 겸한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허 대표는 자랑했다. 총 80평 가운데 미술관은 50평 규모. 처음에는 미술관 개관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미술인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미술인들에게 전시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기성 및 신인작가들의 다양한 예술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주택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아직 홍보가 덜 된 편이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 가족끼리 서점을 찾아 미술작품도 감상하고 책도 구입해가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주민들은 "동네에 미술관이 생겼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술전문서점이 잘 되기 위해서는 미술인 뿐만 아니라 사진작가와 디자이너, 인테리어 관계자들이 많이 찾아 격려하고 개선점을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허 대표는 "앞으로 어린이 미술전문서적 코너를 만들겠다."면서 "대구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소문난 명물 서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전문서점 '강아지똥'
대구 남구 이천동 어린이전문서점 '강아지똥'. 이곳에는 유아부터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 및 동화책 1만 5천여 권이 구비돼 있다.
정석규(45) 대표는 "10년 전 출판도매업을 하다가 어린이서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린이전문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직접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좋은 책 지도, 읽는 방법, 읽어주는 방법, 피해야 될 책, 성별에 따라 다른 책 등을 알려준다.
이곳을 방문하면 전문가가 권해주는 좋은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서점은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을 파는 곳입니다. 부모님들은 좋은 책 고르기에 대한 방법을 잘 모릅니다. 이곳에서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공간을 좀더 넓혀 부모들이 아이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정 대표의 바람. 정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서점을 찾아 연령에 적합한 단행본을 고르면 독서능력과 습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전문서점 '잉글리시 하우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위치한 잉글리시 하우스는 영어전문서점이다. 유아용 동화부터 성인용 토플토익 수험서 등 영어관련 서적들이 빼곡이 전시돼 있었다.
13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잉글리쉬 하우스의 주고객은 학원강사와 대학교수, 학부모 등이다. 이강수(37) 대표는 "대구지역이 수입원서전문서적의 불모지라는 점을 깨닫고 영어전문서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영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영어관련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구비된 책은 유아부터 성인 대상의 영어관련 서적이다. 영어전문서점인 만큼 영어관련 세미나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수가 영어관련 상담도 해준다. 직원들이 책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한다면 토플·토익시험 준비가 저절로 된다."면서 "영어동화책을 집중적으로 구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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