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냉난방기 정부지원금 "믿지마세요"

노모(48·여·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사무실에 설치된 냉난방기를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노 씨가 500여만 원을 들여 냉난방기를 설치한 것은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정부가 설치 비용까지 낮은 이율로 대출지원해 준다는 영업사원의 얘기에 솔깃했던 게 화근이었다. 대금을 선납해야 설치해 준다는 업체 측의 설명에 노 씨는 나중에 정부 자금을 받기로 하고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올해부터 폐지돼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 것. 노 씨는 "설치만 하면 비용 문제는 걱정 없을 것처럼 얘기해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지원을 미끼로 한 냉난방기 업체들의 유혹에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업체들이 '정부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원', '무료 구입 효과', '3년간 이자만 납입' 등 정책 자금을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냉난방기는 기존의 유류난방기나 전기히터식 난방기에 비해 유지비가 적게 들고 냉방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특히 정부가 지난해까지 히트펌프식 냉난방기 설치를 할 경우 설치 비용의 80%까지 저리 대출지원을 해주면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업체들이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을 빌미로 영업에 나서면서 피해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업소나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소규모 히트펌프식 냉난방기에 대한 지원을 중지했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또한 에너지관리공단이 추천을 하더라도 은행이 요구하는 담보가 없거나 신용에 이상이 있으면 자금을 받을 수 없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나중에 자금을 받을 수 있다며 설치 전에 신용카드나 선납으로 대금을 완납해야 한다고 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300만 원을 들여 냉난방기를 설치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정모(45·여·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정부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덜컥 설치했다가 은행에서 낮은 신용도를 이유로 대출을 거부해 매월 7만 원이 넘는 이자를 물고 있다."며 "업체에 항의하려 해도 연락조차 잘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수진 한국소비자연맹 상담팀장은 "냉난방기나 보일러의 경우 설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반품이나 환불이 어렵고 피해가 생기더라도 해결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며 "반드시 계약 내용과 특약 사항을 서면으로 남기고 부당한 약관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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