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프라 윈프리의 꿈

미국의 세계적 토크 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깔끔한 교복 차림의 흑인 소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이즈 테스트를 받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세운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지난 6일 에이즈 검사에 응하면서 오프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다운 솔선수범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재산의 8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뒤 첫 순서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했다. 그의 이 같은 엄청난 기부액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기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새해 들어 이번엔 '선행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또 하나 의미 있는 자선으로 지구촌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난 2일 준공식을 가진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 4천만 달러(한화 약 380억 원)가 투입된 이 학교는 현대식 교실과 과학실험실, 도서관, 극장, 헬스 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었다. 첫 신입생은 가난하지만 지적 능력이 있는 3천500여 명 신청자 중 1차 테스트를 거친 500명을 오프라가 직접 면접, 이 중 최종 선발된 11, 12세의 소녀 152명이다. 스위트룸 수준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액 무료로 공부하게 된다.

◇준공식에서 오프라는 "이 학교가 소녀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며, 여기서 배운 아이들이 장차 아프리카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아프리카에만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대륙마다 이 같은 학교를 하나씩 세울 계획이다. 物神主義(물신주의)가 범람하는 이 세태에 오프라의 순수한 교육 열정과 희망에 찬 비전이 참으로 신선하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감자포대로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하여 '감자포대 소녀'로 불렸던 오프라 윈프리. 소녀 시절 성폭행의 아픈 기억과 갖은 학대 등 桎梏(질곡)의 세월을 떨치고 일어선 그녀는 지금 전 세계 121개국에 방송되는 인기 토크쇼 진행자이자 포브스지가 2004년부터 내리 선정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흑인 여성 억만장자'다. 고통에서의 승리 비결을 '독서와 공부를 놓지 않은 것'으로 꼽는 오프라는 이제 지구촌 가난한 소녀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꿈의 씨앗을 심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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