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대학들은 그 어느 분야에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살아남기 전쟁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흔히 4년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총장을 선출해 대학을 이끌어간다. 이러한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는 총장이 선출된다면 그 대학은 발전의 호기를 맞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총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력 있고 올곧은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대학이 새로운 발전을 준비하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여러 대학이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때에 대학 구성원 모두 총장선출에 관심을 갖고 어떤 사람이 자기 대학의 발전에 가장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헤아려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대학에서 총장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대학에 요구되는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자기 대학을 이끌어 갈 총장은 비전과 철학이 있는 조직자, 계획자, 의사결정자이며 몸으로 뛰면서 구성원을 통합시키고 교육조직으로서 대학을 운영할 조정자, 관리자, 경영자이어야 한다.
먼저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총장이 바람직하다. 현대는 구시대적인 보스십으로는 대학조직을 이끌 수 없다. 총장의 리더십은 민주적인 행동에서 발휘된다. 현장에서 구성원과 함께 지내는 것을 즐기며, 직접 몸으로 뛰면서 관련업무를 파악하고 지도하는 데서 발생한다. 누구와도 만나고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검소한 직무실을 운영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 반면에 보스십은 거대하고 화려한 직무실에서 비서나 보직자에 둘러싸여 누구나 접근하기 어렵고 항상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되며 총장실 책상에서 모든 직무를 끝낸다.
다음으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총장이어야 한다. 총장은 넓은 시야와 시의에 맞는 정확한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학교와 다양한 부류의 조직의 문제점은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총장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지나친 자신감에 사로잡혀 구성원을 자기식으로 몰아간다면 보통 사람들은 총장에게 아첨하게 마련이고 결국은 총장을 독선자가 되게끔 한다.
또한 조정력을 겸비한 총장이어야 한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장은 명령, 통제, 감독, 상벌 등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끊임없는 조정과 중재가 요구된다. 그 해결의 실마리는 정보에 있으며 그 정보는 대부분 현장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총장은 사리가 분명하며 작은 정성을 알아주고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가진 총장이 바람직하다. 총장은 구성원 모두가 공존공생해야 한다는 생각과 귀중한 존재라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조직에 군림하는 자세보다도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다가서야 한다. 구성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 이것이 조직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집단의 공유가치를 쌓아가는 길인 것이다. 총장은 지위나 소속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열어 놓고 토론하고 비록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인간적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 또한 총장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칙에 충실하고 경영의 일관성을 기하는 총장이 바람직하다. 총장은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열린 경영을 하여야 한다. 대학의 학칙과 규정에 모순이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개정하고 이에 따라야 한다. 재량권을 넘어선 불법 부당한 일을 재량권에 속하는 것처럼 처리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다. 총장은 구성원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 이런 정책들은 합의를 통하여 규정을 만들고 지켜가야 한다. 어제는 만들었고 오늘은 만들어 놓은 규칙을 스스로 허무는 짓을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구성원도 만든 규정을 지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독선, 독단이 성행하고 무질서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대학 발전을 선도할 수 있고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진정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총장에 의해 우리 대학들도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천년을 앞장서 개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상구 안동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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