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도 크면 예뻐질 수 있어요?"
당신의 대여섯 살 딸이 이렇게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해 줄 것인가. 만약 "괜찮아, 안 예뻐도 엄마한테는 네가 가장 소중하니까."라고 짐짓 아이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해줬대도 당신의 답은 50점짜리다. "왜 어른들 말씀에 끼어들면 안 되는데요?"라고 정말 궁금해서 물었는데,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지. 어디서 버르장머리없이 자꾸 끼어들어"하고 호통치면 빵점짜리 대응이다. 첫 번째 답변은 안 예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질문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영재교육 전문가는 아이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면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닌가' 하고 의심해 보라고 말했다. 왕성한 호기심은 아이들만의 천부적인 재능이다. 궁금해서 못 참는 것은 인내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 부모와 자식간의 그것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가 있을까 싶다. 새 책 '아이의 천재성을 깨우는 엄마의 현명한 대답 77가지'(장설송 지음/아울북 펴냄)는 아이들이 곧잘 내뱉는 엉뚱한 질문에 대한 모법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귀찮은 마음에 대충 둘러댄 잘못된 대답이 아이의 마음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책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역시 대화의 기술은 '공감(共感)'이라는데 토를 달기 어렵다.
'엄마는 왜 동생을 낳지 않아요?'라고 아이가 물었다면 "동생이 있으면 좋겠니? 하지만 엄마 아빠는 동생을 낳아주기 힘든데 미안해서 어쩌지. 대신 사촌오빠랑 놀면 안될까"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면 미안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해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아이가 왜 동생을 낳아달라고 하는지, 아이가 얼마나 외로운지 마음을 충분히 읽어준 다음에 동생을 낳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말해줘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안돼. 너 하나 키우기도 벅찬데 동생까지 낳으면 엄마 아빠는 힘들어서 어떻게 살라고!"라고 한 적은 없는지.
왕따 피해가 많은 요즘,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애들이 자꾸 괴롭히는데 어떡해요?"라고 했다면, 속상한 마음에 "바보같이 가만히 있었어?"라고 하기 십상. 그렇다면 "걔네들이랑 안 놀면 그만이지. 무시해."라는 답은 좋은 답일까. 저자는 이 때 "네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친구들이 괴롭혔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얘기해 줄 수 있겠니?"라고 차근차근 물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아이의 심정이 어땠는지 이해하고 받아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는 든든함을 느낄 것이다.
독일 교육자 프뢰벨은 '아이들은 우리의 스승이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고 못하는 것이 없다. 우리는 학생이 되어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엄마의 현명한 대답이 책 제목처럼 '천재성을 일깨우는...' 정도까지는 못 되더라도 아이에게 자신감과 남을 이해하는 마음 정도는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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