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원 '대선 품앗이' 고민

행사 참석하면 "민생 챙겨라"…불참하면 "공천 은예 잊었나"

"의정활동이냐, 대선품앗이냐."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구시·경북도의원과 시·군·구 기초의원들이 대선 품앗이 갈림길에 서고 있다. 민의를 대변해 의정활동에 '올인'해야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처지여서 '당일'도 소홀히 할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시·도의원들이 소속 정당 대선후보의 개인행사에 당원들과 함께 참석, 지역민들로부터 "대선 품앗이를 하라고 뽑아주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자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지역정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서 열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신년인사회에 유승민(대구 동을), 곽성문(대구 중·남구) 의원 지역구 대다수 시의원들이 주요 당원들과 함께 집단 상경,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은 해당 국회의원들이 참석을 지시했다는 것.

또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과 박종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 지역구의 시의원들도 박 전 대표의 이날 행사에 얼굴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지금은 비회기인데다 당원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고 또다른 시의원은 "대선기여와 의정활동의 무게중심을 놓고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의정활동의 연장선에서 대선 기여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경북의 일부 도의원도 박 전 대표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했고, 대다수가 친박(親朴)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국회의원 지역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의회 경우, 29명의 시의원 중 28명이 한나라당 소속인데다 28명 가운데 5명은 시당운영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5명은 시당 직능단체의 장과 핵심간부로 활동,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참여해야 할 입장이다.

경북도의회 역시 55명 중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이 50명인데다 이들 가운데 적잖은 이가 도당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대선품앗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

특히 경북은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 구미와 포항을 중심으로 세대결이 양분돼 있어 도의원들이 대선정국을 벗어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당장 박 전 대표가 10일 경주와 영천, 경산, 청도지역을 잇따라 방문, 도의원과 이 지역 기초의원까지 만나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조만간 경쟁주자인 이 전 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당내 경선을 겨냥, 선거인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당 소속 시·도의원과 기초의원 등을 상대로 접촉을 늘릴 것으로 보여 지방의원들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시·도의원들이 해야할 일은 의정 활동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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