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개헌 제의' 배경과 전망은?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예정에 없던 대 국민 특별담화로 개헌을 전격 제의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 등 대권 정국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노림수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여러차례 해왔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은 지역당'이란 언급에서 부터 지난해 12월 21일 민주평통 발언에서 범여권 대권 주자인 고건 전 총리와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을 공격한 것도 대권 정국에서 배제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전현직 지도부가 통합신당 추진에 합의하고 염동연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선도 탈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노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움직였다. 오히려 김근태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통합신당에 참여하라는 제안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되찾는 방안은 개헌안 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이날 특별담화는 갑작스레 나왔지만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짙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국무회의 시작 직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대표에게 특별담화 내용과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말미에 특별담화에 대해 언급했다. 곧바로 오전 11시에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에서 특별담화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11시30분에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시작됐다.

이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은 미리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국민특별담화의 형식으로 제안한 것은 '국민과 직접 얘기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는 풀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르고, 선거 시기도 달라 국력 낭비 요인이 큰데다, 단임대통령으로 중임이 불가능해 책임정치가 어려운 등 부작용이 있는 점을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면 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일부에서 원포인트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대로 두면 대권 정국에 개헌론이 묻혀버려 개헌을 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노 대통령이 가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개헌을 하면 대선과 총선이 한꺼번에 치러지게 되는데 국회의원의 임기가 많이 남았을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오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국회의원 임기를 4개월만 단축하면 되기 때문에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봤을 수 있다.

하지만 원포인트 개헌론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부정적이기 때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적절치 않다는 데는 동의하나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내심 개헌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나 노 대통령이 제안했기 때문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합신당을 추진하며 노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는 마당에 노 대통령을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세우려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로 미뤄본다면 노 대통령의 제안은 제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물론 국회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 개헌안을 성안,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의 부담이 무척 커지나 '승부사 노무현'이라면 이러한 경우도 가정해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변수는 국민들이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단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7년 단임제'를 선택하면서 시작된, 굴절된 한국사의 결과물로 부작용이 컷다. 대통령 임기말만 되면 레임덕이 시작되고, 대통령 임기중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으려하는 바람에 졸속 정책도 적잖게 추진돼 국력 낭비요인도 있었다. 특히 계속 이어지는 선거로 인해 국론 분열이 심화된 것도 국력 낭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의함으로써 정가는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은 어떻게?=헌법을 바꾸는 방안은 2가지가 있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해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는 방안과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참석과 참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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