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시대가 끝나면서 우리가 기쁘게 누리게 됐던 것은 과도한 統制(통제)의 소멸이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더 진척되면서 자율은 점차 무책임과 放任(방임)으로 변질됐다. 시민도 그걸 몸에 익혔지만, 정부 역시 '사회를 이끌고 규제하던 역할'을 포기하는 듯했다. "선거 때 표만 생각하는 지방정부 선거꾼들이 사회를 망친다"는 한탄은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그 대가로 공권력은 자긍심을 상실하기 시작했는지 不實(부실)의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기획예산처가 8일 밝힌 '예산 낭비 시민 신고' 결과도 그 한 증좌일 터이다.
그런 중에 어제 대구 西門市場(서문시장) 일대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어떤 광경이 펼쳐졌다. 많은 경찰관들이 집중 배치돼 도로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 게 그것이다. 불법주차 방지 업무를 거의 구청들 쪽에 넘겨버리고 모르쇠한다는 인상을 주던 종전의 경찰이 아니었다. 구청 교통지도 차량 또한 전광판을 켜고 다니며 계도했다. 기초질서마저 엉망이 돼도 바로잡으려 나서지 않던 행정기관의 모습도 달라진 듯 보였다. 거리에선 無法(무법) 상황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그걸 반기는 듯했다.
이날의 '공권력 재출현'은 새 대구경찰청장의 정책에 힘입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단순한 질서 회복 정도에서 그친 게 아닌 듯했다. "질서가 잡히면 인구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기 때문이다. 평상 단속 활동을 넘어 공권력이 사회를 이끄는 역할까지 다시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지방정부들이 더 앞서 새겨야 할 자기 역할이 바로 그것 아닌가. 반기고 환영할 일이다. 진정한 민주화 또한 그 다음에야 제대로 온전해지고, 공권력 역시 그래야 자긍심이 높아져 부실까지 줄일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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