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드라마 불륜 소재 이젠 지겹다"

'출생의 비밀, 혼전 임신, 남편 또는 아내의 외도, 이혼'. 시청자들의 빈축을 받아 온 안방극장 단골 소재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안방극장 불륜 논란이 최근 다시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 1일 첫 방송된 MBC 일일연속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

그동안 불륜 드라마의 전형으로 평가받아온 것은 아침드라마다. 외도, 이혼이 필수 요소로 꼽힐 만큼 아침드라마의 위험 수위는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요일 심야 시간에 전파를 타는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과 SBS '금요드라마'도 수위조절이 필요한 프로그램.

'부부클리닉'은 파경을 앞둔 가정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의도로 시작된 프로그램이지만 이혼 원인을 너무 리얼하게 보여줘 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금요드라마'는 수위가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지는 '어느날 갑자기'와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은 여자가 어느새 자신도 불륜에 빠진다는 '그 여자'는 시청자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아침드라마나 '부부클리닉', '금요드라마'보다 더 시청자들의 저항을 크게 받는 이유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저녁식사 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다. 평범한 가정주부 세영(최진실)의 남편 건우(이재룡)가 유부녀인 서경(성현아)과 6년 동안 딴살림을 차리고 이중생활을 해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갈등과 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자극적인 내용뿐 아니라 오후 7시대에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장면까지 등장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아이랑 같이 보다 깜짝 놀랐다. 같이 보던 아들이 쑥스러운지 자기 방으로 슬그머니 가더라', '새해 첫날부터 불륜으로 시작하면 어떡하냐', '아무리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고 해도 TV까지 거들면 어떡하냐'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극중 설정인물인 의사들까지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드라마 속 불륜 주인공들이 모두 의사이고 의사협회 세미나를 핑계로 불륜을 저지른다는 점 등을 들어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4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시의사회 측은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 치고는 이례적으로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 의사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 의사들의 현실과 달리 마치 의사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불륜 소재에 대해 '이젠 지겹다'고 비판하면서도 채널을 그 드라마에 고정시키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 시청률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소재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에 앞서 방송사들의 건강한 윤리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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