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술비 없어 신장이식 못 받는 김진용 씨

전 억세게 운 좋은 놈입니다. 아들과 딸을 건강하게 낳아 키워주는 아내가 있고 제 몸 생각지 않고 신장을 떼어 주는 형제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세상에 저처럼 운 좋은 놈도 드물겁니다. 그런데, 하늘이 제가 누리는 행복을 시샘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제게 15년 전의 시련을 다시 안기려 합니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맞서보렵니다. 물 불 안가리고 닥치는 대로 일해보려구요. 어차피 다시금 얻은 생명, 그 목숨 붙잡고 발버둥쳐 보렵니다. 살아있는 그 날까지 말입니다.

전 11살 때부터 신장이 좋지 못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 제 병은 끼니 잘 챙겨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낫는 그런 병이었지요. 그렇게 9년이 흘렀고 20살 때 '만성신부전증'이라는 판명을 받았습니다. 온 몸이 퉁퉁 붓고 몸에서 열이 나고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더군요. 5년 동안 매일 5시간 씩 이를 악물고 투석치료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전 동생이 20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고 결국 고교 3학년이었던 동생으로부터 신장 하나를 받았습니다. 절 살리기 위해 수술을 선택한 동생은 대학을 포기했습니다. 전 새 생명을 얻었지만 신장을 내준 동생은 그 후 쉽사리 건강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전 동생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했습니다.

그 때였지요. 다시 되찾은 몸뚱아리로 미친듯이 일했던 안경 부품공장에서 순하디 순한 아내를 만났습니다. 7살이나 어렸지만 동생과 절 챙겨주는 마음이 남달랐지요. 우리 가족은 행복했습니다. 아내는 절 닮은 씩씩한 아들과 자신을 꼭 닮은 예쁜 딸을 낳았고 동생도 착한 제수씨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 때 세상은 참 공평해 보였습니다.

불행은 5년 전부터 우리 가족에게 몰려왔지요.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 집을 저당잡히면서 우리 가족은 20만 원 하는 월세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5천만 원이라는 빚이 우리 가족 앞을 가로막더군요. 그래도 제겐 건강한 몸과 가족이 있어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된 제 소식을 들은 형과 동생은 시골에서 조그마한 농장을 꾸리자고 했습니다. 개와 소, 닭을 키워 세 가족이 오붓하게 살기를 바랐죠. 하지만 이마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자 사람들이 키우던 애완견을 버리면서 개값은 폭락했고 순간 우리 3형제는 모두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그 충격 때문인지 이식했던 신장이 다시 좋지 않았습니다. 이식한 신장이 15년 밖에 활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때서야 알았지요. 절망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기가 생기더군요. 전 살아날 겁니다. 어떻게든 우리 지훈이(가명·8)와 지민이(가명·6·여)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9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집에서 만난 김진용(39) 씨는 혈액투석을 받은 뒤라 많이 지쳐있었다. "이젠 사는 것이 싸움이 돼 버렸네요. 하지만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그는 신장이식 수술이 급한 상태였지만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려고 했다. 아내(32)는 아이들을 두고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한달에 50만 원 남짓을 번다고 했다. 그에게는 아직 신장을 줄 수 있는 형이 있지만 수술비 2천만 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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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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