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육상대회 유치 위하여"…재경 신년교례회 이모저모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건배사를 하러 나와 작정한 듯 9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론에 대해 격정을 토로했다. 이 전 의장은 "나라를 이토록 어렵게 만들어놓은 현 정권에 대해 국가원로로서 분통이 터진다."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뛰고 있는 마당에 개헌이 왜 나오느냐? 다음 정권으로 넘겨라."고 목청을 한껏 높였다.

이 전 의장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거유세를 방불케 하는 건배연설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축사를 안 시켜줘 섭섭했는데 다행히 건배사를 제의하라고 해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여있던 걸 얘기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2011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유치는 역시 가장 큰 새해 소망. 김범일 대구시장은 첫 축사자로 나서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 폐막식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큰 프로젝트를 만들고, 힘차게 대구·경북의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고 한 뒤, 유종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위원장을 단상에 올라 오게 해 박수와 함께 "여러분들이 힘을 실어달라."고 역설했다.

이만섭 전 의장에 이어 두번째 건배사를 한 김영훈 (주)대성그룹 회장(대구육상경기연맹 회장)도 "올 3월에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면서 '대구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하여'로 건배제의를 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유력 대선주자는 선의의 경쟁자로서 서로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먼저 축사에 나서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일순간 다소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박수도 약하게 한번만 치는 등 신경전을 보였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시루떡 절단식 때 박 대표를 가운데로 오라며 양보하면서 서로 흐뭇한 미소를 주고 받는 등 보기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 나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 TK(대구·경북)가 중심에 서서 나라를 바로 세우자."고 호소했고 이 전 시장은 "빨리 1년이 지났으면 좋겠다. 저도 미약하나마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겸손하게 대권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행사장에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보자 군인처럼 "충성!"이라고 외치며 경례를 한 뒤, 반갑게 포옹을 하는 등 정치 선후배로서 우의를 과시했다. 또 강 대표는 두 대선후보를 소개할 때 재치를 발휘했다. '두 후보는 대구·경북의 자랑스러운 자산'이라고 소개하면서 '박근혜·이명박, 이명박·박근혜'로 앞뒤를 바꿔가며 두번 호명하면서 서로 섭섭치 않도록 배려한 것.

그는 또한 축사에서도 "올해 비, 구름 등을 소재로 한 신년 한자 성어가 유행인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올해 간절한 소망은 사자 성어로 '정권교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상명 검찰총장과 이한구 의원(한나라당 예산결산위원장) 옆에는 사람들이 들끓었다. 정 총장 옆으로 간 인사들은 "기업인들 좀 잡아가지 마세요."고 너스레를 떨었으며, 이 의원에게는 "우리 예산 잘 챙겨줘서 고마운데 다음에도 잘 부탁합니다."라며 두 손을 꼭 잡는 사람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지역출신 여권실세들도 환영받았다. 청와대 이강철 정무특보,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은 이곳 저곳에서 출향인사들을 만나면서 "여·야를 떠나 지역의 일을 돕겠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배일집 씨도 의외의 참석인물로 눈길을 끌었다. 부모 고향이 경북 예천이라는 배 씨는 임인배(경북 김천) 국회의원의 소개로 매일신문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 배 씨는 "이런 좋은 고향행사가 있는 줄 전혀 몰랐는데 막상 와 보니 고향에 온 것처럼 훈훈하고 대구·경북 인사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해 경북관광의해를 맞아 홍보차 이날 행사장을 찾은 경북도청 공무원들과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 "제가 먼저 경북을 방문해야 겠다."는 등 고향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 보였다. 영양이 고향인 소설가 이문열 씨도 이날 참석,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고향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주한 호주 대사관 제프 투쓰 부대사. 제프 부대사는 "호주 캔버라에서 왔는데 예전부터 대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매일신문사로부터 특별히 초청받아 너무 기쁘다."며 "이 지역출신이 이렇게 유명한 정치인이 많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전국 언론사들의 열띤 취재 경쟁도 신년 교례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방송 3사를 비롯해 중앙 일간지, 통신사 등 30여곳 언론사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두 후보를 중심으로 단상을 가득메웠다. 두 후보들이 지인들과 악수를 하거나 담소를 나눌 때면 어김없이 플래시가 터졌고 다른 인사들이 축사를 할 때조차 카메라는 오직 두 사람을 향해 있었다.

이날 사회는 화성산업(주) 김종태 상무의 딸 김윤지 KBS 아나운서가 깔끔한 진행으로 매일신문사 신년교례회를 더욱 빛나게 했다. 김 아나운서는 "지역의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생방송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서 왔다."고 말했다.

○…'2007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라고 적힌 시루떡 길이만도 6.4m. 20여 명의 저명인사들이 나와 합동으로 시루떡 절단식을 가졌다. 지난 해에는 4.6m였으나 올해는 더 많은 인사들이 참석하도록 특별히 더 늘린 것. 이날 뷔페음식에 동원된 요리사 20여 명, 한복을 차려입은 안내 도우미 6명도 행사를 빛내줬다.

이날 축하공연에는 대구·경북 오페라협회장인 바리톤 박영국 구미1대학 교수가 나와 '뱃노래', '오 솔레 미오' 등 두 곡을 멋드러지게 불러 환호성을 받았다. 박 교수는 "새해 희망을 주기 위해 힘차게 자신있게 불렀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공연 연주는 피아노 박은숙, 바이올린 강현지·김정운, 첼로 손성헌 씨가 맡았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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