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기타 연주자인 임정현(23) 씨는 자작 동영상 한 편으로 일약 유명세를 탔다.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전자기타로 연주한 장면을 찍은 그의 동영상 한 편은 지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가수 지망생 장성민(22) 씨. 앨범을 냈지만 소속사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수의 꿈을 접을 형편에 놓인 그는 '소속사가 망했어요'라는 기발한 제목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망했다는 의미에서 마이크 대신 숟가락을 들고, 앞이 캄캄하다는 뜻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노래를 불렀다. 기획사가 못한 홍보 역할을 이 동영상 한 편이 톡톡히 해냈다.
◆세상을 바꾸는 '당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12월 '올해의 인물'로 뜻밖의 대상을 선정했다. 2006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사람은 바로 '당신'(You). '인터넷 공간에 열심히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보탠 당신이 2006년의 주인공'이라는 부연 설명도 달았다. 1981년 '올해의 인물'로 PC를 선정하면서 'PC' 혁명을 예견한 타임은 4반세기가 지난 이후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타임은 또한 올해의 발명품으로 미국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를 꼽았다. 유튜브는 평범한 20대 남자 3명이 만든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2005년 동물원 비디오 한 편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튜브는 현재 하루 방문자 수가 1천만 명에 육박하고 하루에 재생되는 동영상의 수가 1억 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사이트로 컸다. 미국의 검색회사인 구글은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1조 5천500억 원)에 인수하기에 이른다. 유튜브의 성공 신화를 이끈 주역들은 온갖 동영상을 퍼다 나른 이용자들이었다.
역사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만들어져왔고 대중은 들러리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조잡스러운 동영상 한 편이나 글이 '펌질'(인터넷을 통해 퍼다 나르는 것)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마저 가능해진 것이다.
◆UCC가 뭐꼬?
지난해 11월 인터넷에서는 '고3의 발악'이라는 제목의 UCC 동영상이 인기를 모았다. 남녀 고3 학생 여러 명이 발악하듯이 춤을 추는 동영상이었다. 화질도 조악하고 별 내용도 없지만 입시에 찌든 고교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화제를 낳았다.
UCC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의미한다. UCC를 빼놓고는 요즘 인터넷을 논하기 어렵다.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UCC는 대번에 인터넷 산업의 투자 중심에 놓였다. 연예인들의 TV 출연 모습을 거칠게 편집한 동영상 한 편도 인터넷에서는 조회 수 수백만 건을 기록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동영상 사이트인 '판도라TV'(www.pandora.tv)의 누적 방문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올 정도다.
포괄적 의미에서 UCC는 이용자가 만든 모든 콘텐츠를 의미한다. 그러나 UCC는 이용자가 만든 동영상이나 음악,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UCC가 대세를 이루게 된 일등공신은 디지털 카메라와 폰카메라였다.
UCC 대세론의 이면에는 저작권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에 돌고 있는 UCC 가운데 80%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웹2.0, 인터넷을 바꾼다
UCC를 논하면서 '웹2.0'을 빼놓을 수 없다. 1.0, 2.0 등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버전을 나타내는 기호. 기존 웹이 1.0 버전이라면 앞으로 대세를 이룰 웹은 2.0 버전 쯤이라는 의미다. 1991년 팀 버너스리라는 사람이 최초의 웹브라우저를 만들면서 기폭된 월드와이드웹(www) 바람이 1.0 단계를 넘어서 2.0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웹 1.0에서 이용자들은 그저 각 사이트 운영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열람하고 정보를 습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사람들은 '정보의 민주화·공유화'를 원했다. 웹2.0은 그런 시대적 요구 속에 태어났다. 웹2.0에서 누리꾼들은 단순한 정보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정보의 생산자이며 운송자이다.
웹2.0 기반의 사이트에서는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소스를 공개해 수정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기존의 웹서비스와 달리 웹2.0 홈페이지는 이용자가 메뉴와 구성, 콘텐츠 등을 스스로 꾸며놓을 수 있다.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웹2.0 사이트들을 앞다투어 사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 엠파스 등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유력 언론사, UCC 동영상 사이트 등이 앞다퉈 웹2.0으로 서비스를 재무장하고 있다.
웹2.0은 그러나 신기술이라기보다는 트렌드 즉, 현상에 가깝다. 웹 2.0이라는 용어가 소개되기 전부터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다. 네이버의 '지식검색'이나 '싸이월드'를 비롯해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 각종 온라인게임 등에서 이미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은 웹2.0 개념이 확산돼 있었다.
UCC와 웹2.0은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는 무너졌다. 정보 소비자에 불과했고 '긴 꼬리'(롱테일)로 불리며 소외되어 온 대중들은 이제 능동적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디지털 프로슈머'(prosumer :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라고 불린다. 인터넷 시대, 세상을 바꾸는 주역은 바로 '당신'인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웹2.0 : 웹2.0은 미국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 팀 오라일리(Tim O'Reilly)에 의해 2004년 10월 개최된 '웹 2.0 컨퍼런스'에서 그 개념이 성립됐다. 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개념의 변화를 나타내는 말. 참여와 개방, 공유를 근간으로 변해가는 웹 플랫폼 환경을 통칭하며, 차세대 웹이라고도 한다.
▷UCC : User-Created Content의 약자. 사용자들이 만들어 올리는 정보 알맹이(content)를 말한다. 손수 제작물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UGC(User-Generated Content)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롱테일(Long tail) 법칙 : 매출액의 80%는 20%의 히트상품에서 나온다는 '80 : 20법칙'은 비즈니스계에서 불문율로 통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인 크리스 앤더슨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아마존의 수익 가운데 50% 이상이 80%의 '사소한' 고객들에 의해 창출된다는 사실이다. '머리'에 해당하는 소수의 히트제품에서, '긴 꼬리'에 해당하는 다수의 틈새제품으로 시장의 중심이 움직여가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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