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의 환한 웃음, 엄마·아빠의 몫.

가정폭력이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있다. 가정폭력은 부부 당사자간의 불행이지만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폭력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들은 발달단계의 특성상 모든 것을 자아중심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심지어 싸움의 원인조차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고 한다.

내 잘못으로 엄마가 맞고 있다고 생각한 아이는 점차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무기력해지며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다고 한다. 겉으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폭력을 갈등해결의 방법으로 믿게 되고, 심지어 맞을만한 이유가 있어서 맞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가정폭력은 보이지 않는 유전인자를 가진 셈이다.

자녀는 부부 사이에 생겨난 부속물이 아니다. 엄연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한 명의 인격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교육학에서도 통용된다. 의미도 알 수 없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서너살 때 기억, 무의식 속에 떠도는 그 한 장면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장면이 환하게 웃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일수도 있고, 성난 아빠와 두려움에 떠는 엄마의 모습일수도 있다. 가정폭력을 부부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왜냐면 우리 아이의 환한 웃음을 지켜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와 엄마의 몫이니까.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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