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헌 정국' 청와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나?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불붙은 개헌정국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개헌을 적극 환영했던 열린우리당이 이견을 표출하기 시작한데다 원칙적으로 찬성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도 등을 돌리고 있는 반면, 당내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던 한나라당의 경우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듯 11일 여야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는 열린우리당만 참석키로 입장을 정했다. '범여권 단합· 한나라당 분열' 등으로 전망됐던 것과는 딴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 임기 중 개헌추진에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개헌에만 올인하는 게 아니라 신당 창당을 동시에 추진키로 방향을 전환, 개헌 문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개헌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각도 표출되고 있다. "국정 혼란은 대통령 단임제가 문제가 아니라 당·청의 지리멸렬 때문"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의 대립도 개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신당파는 자신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는 반면 당 사수파는 범여권 단합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개헌특위 구성이나 범여권 토론회 개최를 제안하는 등 개헌론 불씨를 지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돌아서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 역시 "정략적 술수" 혹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제안할 게 아니다."는 등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도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한편 논의 자체에 일체 대응하지 않기로 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국 흐름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속단키는 어렵다. 노 대통령이 2~3월쯤 개헌안을 발의하게 되면, 국회는 이를 논의해야 하고 찬반 논란도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무대응 방침에도 불구, 내부적으로는 대응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현재 소장파 일부에서만 표출되고 있는 이견들이 당내에서 더욱 확산되면 내분으로 비화될 것이다.

게다가 여론 또한 청와대 측이 홍보전에 적극 나서게 될 경우 변할 수 있다. 또한 반대하는 쪽에서 맞대응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정략적 의도"라는 식으로만 반대하게 되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범여권 통합 움직임도 본격화될 수 있다. 개헌 정국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임기단축 카드를 추가로 던질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으며, 그렇게 될 경우 임기 1년을 남겨 둔 노 대통령은 급속도로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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