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톰 존스

소설 '톰 존스'는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싯 몸이 세계 10대 소설로 선정한 작품이다. 영국 시인 새무얼 테일러 콜리지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플롯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 주에만 200여 권이 출간되는 한국 출판계에 이 작품의 완역본이 소개되지 않았다. 원고지 6천 200매의 방대한 분량에 18세기 구어체의 장벽 때문이다.

18세기 영문학을 전공하고 전문번역가 등으로 활동하는 류경희(47)씨가 3년간의 작업 끝에 '톰 존스'(삼우반 펴냄· 전 2권)를 내놓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완역본이다.

헨리 필딩이 1749년 발표한 '톰 존스'는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The history of Tom Jones, A foundling)라는 원제로 알려져 있다.

갓 태어난 업둥이 톰이 포대기에 싸인 채 올워디라는 시골 대지주의 집에서 발견된다. 톰은 올워디의 배려로 그의 조카 블리필과 함께 자라게 되고, 이웃에 사는 지주 웨스턴의 딸 소피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톰은 블리필의 시기와 음모로 집에서 쫓겨나 타지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그 뒤를 소피아가 쫓아간다.

런던에 도착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블리필의 계략이 드러나고, 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톰은 올워디와 관계를 회복하고 소피아와 결혼하게 된다.

주인공 톰은 그리 모범적인 인물이 아니다. 선량하고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혈기 탓에 어리석은 짓을 자주 저지른다. 하지만 톰은 다양한 모험을 겪으면서 분별력을 기르고, 끝에는 소피아와 결혼하는 행복을 얻게 된다. 인간의 위선적인 면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작품 전체에 짙게 배어 있다.

단순한 성장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톰 존스'는 새로운 문학관과 소설 이론을 담고 있어 '근대소설' 형식을 확립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건의 전개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마치 수학적으로 계산된 것처럼 정확하게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 블리필의 계략으로 톰이 집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후반부에서 톰이 집으로 돌아가서 블리필이 쫓겨나는 장면과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18개에 이르는 서문 속에 허구소설이 다뤄야 할 대상과 주제, 소설가의 자질 등을 설명한 비평적 에세이를 담고 있다. 이것만 모아도 문학 비평서가 될 18편의 서론을 통해 헨리 필딩은 허구를 부정했던 당시 소설 작가들과 달리 자기 작품이 '기존 산문픽션과는 확연히 다른 허구소설'임을 당당히 내세우고 있다.

'톰 존스'는 연극적 특성을 강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연극적 장치와 소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한여름밤의 꿈'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영국 BBC 드라마와 오페라로 만들어져 소개됐고, 1963년에는 토니 리처드슨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번역본 총 1천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술술 읽기란 쉽지 않다. 각 권의 서론은 건너뛰고 읽는 것이 좋다. 또 전체적인 스토리를 음미하면서 산 속의 은둔자 이야기 등 원래 줄거리와 관련 없는 '끼워넣기식 이야기'는 빼고 읽는 것이 편하다. 또 희극적 인물들의 재치 있는 대화에 맛을 들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권 680, 2권 712쪽. 각 권 2만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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